오전 근무를 마치고, 하늘이는 미리 챙겨 온 장바구니를 들고 천천히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은 일찍 퇴근하는 날이라 평소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었다.
시장은 한낮의 활기로 가득했다.
상인들의 목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반짝이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들,
작은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까지.
그 모든 생기가 하늘이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밝고 분주한 풍경과는 달리, 하늘이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무거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답답하지?’
하늘이는 스스로에게 묻지만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 무거운 마음을 잠시 뒤로하고, 하늘이는 신중하게 마늘과 토마토 통조림을 골랐다.
‘다진 마늘이 나을까, 통마늘이 나을까?’
포장지를 여러 번 읽으며 조심스레 장바구니에 재료를 담았다.
며칠 전, 카페에서의 저녁이 떠올랐다.
카페 마감 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청소기와 스팀기계 소리만이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마감하고 간단히 저녁 같이 먹을래?”
사장님의 제안에 연수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배고팠어요, 딱 그 말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늘이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사장님은 능숙한 손길로 프라이팬을 꺼내 마늘을 조심스레 썰기 시작했다.
“브런치 카페로 바꾸면서 메뉴 연구 중이야. 오늘은 오일 파스타. 실패하기 어려운 메뉴지.”
“사장님, 요리 전공이세요?”
하늘이가 물었다.
“응, 호텔 조리과 출신이었어. 지금은 그냥 재미로 해.”
사장님의 말에 연수가 “믿기지 않지?” 하며 웃었다.
팬 위에서 마늘이 지글지글 튀는 소리, 바질의 은은한 향기, 팬에 면이 부딪히는 소리가 카페 안을 가득 채웠다.
하늘이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 순간, 오랜만에 몸과 마음에 새로운 자극이 스며드는 듯했다.
집에 돌아온 하늘이는 낯설지만 따뜻한 부엌에 섰다.
레시피를 여러 번 확인하며, 올리브 오일을 팬에 붓는 손이 살짝 떨렸다.
마늘이 노릇노릇 익어가는 동안, 그날 카페에서의 대화와 공기가 머릿속을 스쳤다.
요리를 하면서 묵직했던 마음이 한 겹씩 벗겨지는 듯했다.
면을 삶고 소금을 조심스레 넣으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이 조금씩 자리 잡았다.
접시에 담긴 파스타 한 입을 먹고는 조용히 웃음을 지었다.
“생각보다 괜찮네.”
그 후 며칠간 하늘이는 몇 번이고 파스타를 만들어보았다.
어느 날은 면을 너무 익혔고, 또 어느 날은 마늘을 태웠지만, 그 과정들이 낯설지 않았다.
“이 정도면 잘했지.”
스스로에게 다독이며, 그동안 꽁꽁 묶여 있던 ‘나는 잘 못해’라는 믿음을 조금씩 흔들고 있었다.
창밖으로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오고, 그 빛이 손등을 따스하게 스쳤다.
“다음엔 연수 언니도 초대해서 같이 해봐야겠다.”
하늘이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