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따라

by 낑깡이

주말이었다.
하늘이는 가만히 있으면 더 우울할 것 같아서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기대보다 따스한 햇살, 가볍게 볼을 스치는 바람.


‘춥고 우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네.’

하늘이는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강변을 달리는 사람들, 가족 단위의 피크닉, 이어폰을 낀 조깅하는 사람들.

각자의 속도로 흘러가는 주말 풍경들 사이로

하늘이도 조용히, 조금은 도망치듯 그 속을 지나쳤다.


속도가 붙자 머릿속이 조금 가벼워졌다.

생각이 멈추는 느낌.
잠깐이었지만 그게 좋았다.

잠시 나를 잊고 달리는 시간.


하지만 한 바퀴를 돌고 다시 자전거를 세우자
허전한 마음이 또다시 밀려왔다.


"시간은 계속 흘러만 간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하늘이는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 하늘, 잔잔한 바람,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남은, 말없이 텅 빈 느낌.


다음 날은 좀 다를까.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다음 날 아침,
연수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늘아, 오늘 등산 갈래? 쉬운 코스야. 날씨도 좋은데 어때?.”


처음엔 망설였지만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도 혼자 바람만 쐬다 끝났는데 오늘은 함께 걸어볼까 싶었다.


"네, 좋아요"


쉬운 코스라고 했지만 산 초입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여기만 지나면 괜찮아져!”
연수는 익숙하게 걸어가며 말했다.


숨이 차올랐고, 허벅지가 저렸다.
하지만 공기는 상쾌했고,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했다.
가끔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도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 것 같았다.


별 다른 대화는 없었지만 옆에 연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연수 말대로 그리 어려운 길은 아니었다.

숨이 차고 다시 숨을 고르고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정상 가까이에 도착했다.

마지막 경사 앞에서 하늘이는 멈췄다.
사방이 트인 바위 길.

손잡이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보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 구간.


“무서우면 손 잡아.”

연수가 씩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하늘이는 작게 숨을 내쉬고, 한 걸음 내디뎠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잠깐 아래를 봤을 땐 무서웠지만,

그렇게 꼭대기에 닿았을 때 초록빛 나무들, 멀리 흐르는 물길까지.

온 세상이 발아래로 펼쳐졌다.


상쾌한 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어제 느꼈던 바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시원한 얼음물을 건네며 연수가 물었다.

"어때? 오길 잘했지? 이 정도는 뭐 눈 감고도 오지."


연수의 너스레에 하늘이는 웃음이 터졌다.

"오길 잘했어요. 속이 뻥~ 뚫려요."


서로를 바라보는 연수와 하늘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하늘이의 마음이 조금은 열렸다는 걸 연수는 느낄 수 있었다.


연수의 손을 잡고 내려오는 길.

가파른 내리막을 뒤돌아서, 팔에 힘을 주며 조심조심 걸었다.


다리는 후들거렸지만,

마음 한편은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진 듯했다.


‘아마 다음에 또 오자고 하겠지.

힘들고 고생했던 건 잊고’
그렇게 생각하자, 작게 웃음이 났다.

keyword
이전 06화다시 피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