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문을 나서기 전, 연수는 하늘이를 한번 돌아봤다.
"진짜 괜찮겠어?"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오늘은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실수해도 되죠?"
연수는 웃으며 말했다.
"실수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니. 다녀올게."
하늘이의 씩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그 아이가 조심스레 열어두었던 마음의 문이, 괜히 연수의 마음도 간질였다.
복지회관 연습실은 늘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반주를 맡은 지 벌써 몇 달. 처음엔 마지못해 대타로 오게 된 곳이었다.
하지만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마다, 연수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합창단 단원들은 주름진 손으로 악보를 넘기며 인사를 건넸다.
"반주자 선생님 왔어요?"
"오늘은요, 반주 덕분에 노래가 더 잘 나올 것 같아요."
연수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손끝이 건반에 닿는 순간, 낯선 감각과 익숙한 기분이 동시에 밀려왔다.
한때는 하루 열 시간씩 매달렸던 건반.
그때의 피아노는 늘 불안과 기대 사이였다.
고3 겨울,
좋아했던 피아노가, 어느 순간 무서워졌던 시절.
친구보다 뒤처질까 봐, 떨어질까 봐
건반 하나하나가 긴장과 비교로 가득했던 그때.
그렇게 피아노를 내려놓은 후,
입시도, 전공도, 천천히 멀어졌다.
무대도, 연주도, 오래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건반 앞에 앉아 있다는 게 이상했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맞춰 멜로디를 그리고, 박자를 잡아주는 일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그러다 가끔,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따라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연습이 끝나고, 단원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연수 씨, 피아노 칠 때 참 행복해 보여요."
그 말에 연수는 잠시 멈췄다.
그렇게 보였을까.
행복하게 보일 정도로, 나도 지금 이 순간을 좋아하고 있었던 걸까.
연수는 커피 자판기 앞에 서서 따뜻한 종이컵을 들고 창밖을 바라봤다.
“예전엔 혼자 치는 피아노였는데... 지금은 같이 만드는 음악이네.”
작게 웃으며 종이컵을 손에 쥔 채,
다시 카페로 돌아갈 길을 떠올렸다.
하늘이는 잘하고 있을까.
카페 유리창 너머로 익숙한 등이 떠오른다.
그리고, 이제 정말 좋아할 수 있는 피아노를
다시 찾고 있는 중이라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언젠가 하늘이도,
마음 편한 자기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렇게 연수는, 자신도 모르게 하늘이의 처음을 응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