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던 마음

by 낑깡이

평일 오전의 카페는 유난히 고요했다.

연수가 없는 오늘, 이 조용한 공간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씩 긴장을 불러왔다.


그때 문이 열리고 한 여성이 들어왔다.

단정한 코트, 가슴에 안은 책.

말없이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시 선이 머물렀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하늘이는 컵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으며 눈을 맞췄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미소를 지었다.


별다른 말 없이 30분쯤 흘렀을까.

그녀는 자리를 정리하고 나갔고, 하늘이는 다시 카운 터로 돌아갔다.


그때-

유리 테이블 위, 연한 회색 장갑 한 짝을 발견했다.

하늘이는 얼른 문을 나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녀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장갑을 손에 들어보니,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손끝에 남았다.

"어쩌지... 아마 찾으실 텐데"

잠시 고민하던 하늘이는 장갑을 카페 진열대 한편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연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분실물 박스를 정리하며,

"기다리면 오셔." 평소처럼 웃으며 말했겠지.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느슨해졌다.


며칠 후, 다시 그 손님이 나타났다.

평소처럼 조용히 들어와 커피를 주문하고, 주문을 마친 뒤 어색하게 말을 건넸다.


"혹시, 며칠 전에 제가... 여기 장갑을 놓고 간 것 같은 데요."

하늘이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잘 보관하고 있었어요. 잠시만요."


그녀는 장갑을 받아 들고, 잠시 말없이 들여다보았다.

"사실 이건 엄마가 떠준 거예요. 아끼다가 그날 처음 끼고 나왔어요."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잃어버려서 어찌나 속상하던 지...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안도하는 손님을 보며 같이 기분이 좋아진 하늘은 살 짝 웃으며 대답했다.

"소중한 건 쉽게 떠나지 않고 기다려주더라고요. 꼭 이 렇게요."


그녀는 장갑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이 카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요. 조용하고 따뜻해서 제 마음도 따뜻해져요.


하늘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문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낯선 이와 나눈 짧은 대화가 따뜻하게 하늘이 마음 한 편으로 스며들었다.


늘 차갑게만 느껴졌던 마음에,

작지만 분명한 따뜻함이 오래 머물렀다.

혼자라 생각했던 이곳에서 나도 누군가에게 작은 온기가 될 수 있을까.

하늘이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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