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의 작은 온기

by 낑깡이

하늘이는 카페로 가는 길, 겨울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서울의 거리 속, 몇몇 사람들이 길을 지나쳤고 그중에는 한 할머니도 있었다.

할머니는 찬 바닥에 앉아 작은 종이봉투에 귤을 담아 팔고 있었다.

과일은 조금 시들었고, 껍질도 쭈글쭈글해서 하늘이는 그 모습을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하늘이는 잠시 멈춰 서서 고민했다.

'다시 돌아갈까?'

마침 현금도 있고, 날이 더 추워지고 있었다.

할머니가 아직 그 자리에 계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새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귤을 정리하고 있었다.

"귤 한 봉지 주세요"

바닥을 보고 있던 할머니는 하늘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귤을 건네며 할머니는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고맙습니다. 이 귤은 농약도 안 치고 키운 거라, 정말 맛있어.”

귤은 작고 시들해 보였지만, 왠지 그 말이 믿고 싶었다.

돌아가는 길에 귤 하나를 까먹어보니, 할머니 말이 진짜였다는 걸 알았다.


카페에 도착한 하늘이는 귤을 들고 연수를 찾았다.

연수는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하늘이는 조심스레 귤을 꺼내며 말했다.

“귤 드세요. 겉보기엔 이래도 맛이 꽤 괜찮아요.”

“웬 귤이야?” 하고 연수가 물었다.

"오는 길에 할머니가 귤을 팔더라고요. 날도 추운데 빨리 팔고 들어가셨음 해서 샀어요."


연수는 귤껍질을 벗기면서 하늘이를 바라보았다.

들뜬 듯한 하늘이의 표정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맛있네. 하늘이 같은 사람이 많아야 할머니가 일찍 들어가실 텐데, 다음엔 나도 사야겠어.”


하늘이는 귤을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냥 스쳐 지나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지만, 발걸음을 돌린 덕분에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겨울 한복판, 귤 한 봉지에서 작지만 진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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