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는 작은 동네 카페에서 주 3일 일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것도, 서비스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의 하루에 잠깐 머물렀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그런 일이 필요했다.
카페 한켠에는 항상 같은 자리에 앉는 손님이 있다.
흰 머플러를 두른 할머니.
말이 없고, 천천히 커피를 마신다.
어느 날, 연수는 커피를 내리다 실수로 손을 데이고 만다.
당황한 얼굴로 화장실로 향하던 그 순간, 할머니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나는 네가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그 시간이 좋더라.”
그 한마디에 연수는 괜히 눈물이 날 뻔했다.
늘 더 빠르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었던 자신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느린 자신의 속도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 연수는 커피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내린다.
누군가는 모를, 아주 작은 변화.
하지만 그건 연수가 처음으로 ‘스스로를 괜찮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하늘은 평일 오후, 늘 같은 시간에 오던 중년의 손님 A씨를 기억한다.
커피는 항상 같은 메뉴, 아이스 아메리카노.
자리에 앉으면 노트북을 펴고 조용히 무언가를 적곤 했다.
어느 날은 우연히 마주친 눈빛에 하늘이 미소를 건넸다.
그날 A씨는 처음으로 하늘에게 말을 걸었다.
“이런 시간에 이렇게 조용한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위로가 돼요.”
그 말이 참 오래 남았다.
하늘은 그날 이후, A씨가 오면 작은 초콜릿 하나를 컵받침 옆에 올려두곤 했다.
A씨는 매번 고개를 살짝 숙여 “고마워요”라고 말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A씨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하늘은 괜히 창가 자리를 몇 번이고 닦으며
그 자리에 남아 있는 따뜻한 말 한 조각을 오래 기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