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흐르는 시간

by 낑깡이

카페 한쪽 테이블에 앉아 있는 하늘이의 얼굴에서 낯익은 표정이 보였다.

겉으로는 미소를 지었지만, 마음에는 여전히 무거움이 스며 있었다.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하늘이를 보며, 연수는 은근히 끌어주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방황하는 하늘이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잡아줄 수 있을까 기대했다.


“하늘아~ 먼저 와 있었네!”

연수의 목소리에 하늘이는 살짝 놀란 듯했지만, 이내 빙그레 웃었다.

“언니~!”

“같이 가주셔서 감사해요. 혼자라면 막막했을 거예요.”


연수는 지도와 여행 책자를 펼치며 말했다.

“나도 혼자 시골에 내려가서 쉬려고 했는데, 너랑 같이 가면 더 좋을 것 같아. 오랜만에 콧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할 겸.”


“사실... 저 혼자 계획하려고 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어요. 이렇게 여행 경로를 짜는 것도 생각 못 했고 그냥 포기했을지도 몰라요.”


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괜찮아, 같이 하면 되잖아. 나도 네 덕분에 여행이 더 즐거울 것 같아. 고마워!”


두 사람은 지도 위에서 여행 경로를 맞추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하늘이는 목적지와 기차 시간, 숙소 위치를 체크하며 머릿속에 여행의 장면을 하나씩 그렸다.

연수는 하늘이가 조금씩 자신 있게 계획을 말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말로 하지 않아도, 하늘이에게 전달되었다.


“혼자라면 이렇게 세세하게 생각도 못 했을 거예요.”

“그래서 네가 먼저 손 내민 게 중요하지. 막막할 때 누군가와 함께 하면 훨씬 수월해.”

하늘이는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도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늘 혼자라서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던 것 같아요.”

연수는 하늘이의 손을 살짝 잡으며 말했다.

“지금은 혼자가 아니잖아. 나랑 함께라면 충분히 재밌게 보낼 수 있어.”


그 말을 듣자 하늘이는 마음속에서 묵직했던 무거움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걸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막연한 두려움에 갇히지 않아도 됐다.

혼자만의 방식으로 포기해 버리던 자신을 조금씩 벗어나, 세상 밖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느낌이었다.


며칠 후, 휴가 날 아침.

하늘이는 기차역 플랫폼에서 연수와 마주 섰다.

연수는 먼저 다가와 손을 흔들며 말했다.

“드디어 시작이네! 우리 둘만의 시간.”

하늘이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언니 저 너무 떨리고 기대돼요.”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창밖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서 비치는 햇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지나가는 들판의 색감까지.

하늘이는 이전과 달라진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에 마음이 설레었다.

연수와 함께하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안도감과 기대가, 하늘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쌌다.


연수는 옆에서 하늘이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네가 먼저 손 내밀지 않았다면, 이렇게 즐거운 여행도 못 했겠지.”

하늘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말했다.

‘나도 이제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구나.’


기차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역을 떠났다.

두 사람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서로의 존재에 마음을 맡겼다.

하늘이의 마음에 남아 있던 무거움은, 천천히 흘러 사라져 갔다.

구름이 흘러가듯, 마음에도 여유가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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