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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굽는 계란빵 Nov 06. 2023

아마도 설레고 싶은 마음

글을 쓴다. 키보드 자판에 손가락을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 쳐내려 간다. 누군가는 유려하게 피아노를 치고 누군가는 소음과 같은 음을 쳐내려 가기도 한다. 고급진 연주를 들으면서 마치 내가 피아노를 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잘 쓴 글은 누가 읽어도 재미가 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몇 년이 지나도 사랑을 받는다. 1쇄가 2쇄가 되고 44쇄가 된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럽다. 


나는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길어야 1년 반, 그 사이에 쓴 글이라곤 블로그나 브런치에 남긴 글이 전부다. 소설을 써보겠다고 올린 글은 13화에서 멈췄다. 그 이야기에 출구를 찾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제대로 가는 길인지 모르겠다. 내가 쓰고 있으면서도 이게 맞나 되짚어본다. 퇴고를 하다가, 하다가 다시 쓰고 싶은 적도 많다. 하지만 다시 쓰다 보면 영영 1편도 쓸 수 없을 것 같아 이내 포기한다. 


다음에 잘 쓰면 되지.


내 글의 방향을 잃어갈 때쯤 블로그에 일간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지하철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낯선 공간에서의 두근거림,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누구나 지하철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볼 법한 그런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쭉 써 내려가는데, 나도 모르게 키보드가 저절로 움직이더라. 신기한 경험이었다. 머릿속의 장면이 그려지며 두 사람의 감정을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뚝딱 한 편이 만들어져 있었다. 


몇 편의 설렘 시리즈를 쓰면서 생각했다. 정확히는 내가 쓸 글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끊임없이 질문해도 풀리지 않던 숙제가 풀리고, 판도라의 상자를 열 기분이었다. 


아마도, 나는 설레고 싶나 봐.


글을 쓰고 있는 내내 설레었던 글은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내가 쓴 설렘에 반응을 해준다. 달달하니 연애세포를 깨운다, 다음 편이 궁금하다. 해피엔딩이 맞냐 등등. 몇 번의 피드백을 받으니 내가 진짜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설렘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구나!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었구나.


매주 수요일 브런치에 설렘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할 예정이다. 매일 설레다가 심장이 아플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설렘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 아니라도 괜찮다. 또다시 쓰면 되기에. 상처받지도 우울하지도 않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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