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nah May 04. 2017

더 사랑해달라는 말은 폭력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더 사랑하는 자가 패자다'


어렸을 때 읽고 아직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는

한 티비 칼럼의 제목이 이랬다


더 사랑하는 자가 패자

아무리 사랑은 이기고 지고 게임이 아니라지만

그래도 더 사랑하는 자가 패자라고


아마 나는 그 글에 깊이 공감했던 것 같다

때론 내가 패자이고

누군가를 패자로 만들기도 했지만


다들 얘기하듯 더 좋아하는 사람이 을이다

그러니까 을의 연애가 그렇게 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칼럼을 읽은지 약 십여년이 되던

올해 봄

나는 처음으로

더 사랑하는 자가 갑일 수도 있다는

신박한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 논리는 이랬다

남을 사랑하는 것도 어쩌면

'능력치'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오히려 드물다

누구나 마음 먹은 만큼 타인을 깊이 진심으로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이다


너는 사랑을 할 줄 몰라

진정한 사랑을 몰라

그런 흔한 대사들이 이런 현실을 살짝 반영한다


그러나 연인 관계라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사이


그러니까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비록 서운하고 외로울 수는 있지만


나를 덜 사랑해주는 그 사람에게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

나를 더 사랑해 달라고

이쪽에 도덕적 당위성이 있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덜 사랑해준 그 사람은

일단은 무조건 미안해해야한다


그리고 눈치를 봐야한다

내가 충분히 사랑을 해준 것인지

부족함은 없는지


혹시나 자신의 사랑 능력(?)이 조금 부족해서

힘에 부치더라도

그런 사실을 쉽사리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런 순간,

그것이 설령 100% 나의 사랑 능력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즉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직 사랑만이 관계의 전제가 되는 연인 사이에서

자칫 괜한 오해나 불화의 씨앗으로 번지기에

너무나 쉬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랑을 '강요' 받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수 있겠다

'능력치' 는 다를 수 있는건데...

그러니 이게 정말 자칫하다간 폭력적일수 있겠다

뭐 그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물론 방법은 있다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치나 스피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 온도차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는 점만

확실하게 전달해 준다면

더 사랑해서 걱정인 잠재적 패자들은

아마 그런 연인을 이해하지 못할리 없다


그러니 결국

이 가정도 틀렸다


이 '폭력' 때문에

당신의 마음이

그토록 급격하게 식어버린건 아닐것이다


아마 이런 것일지는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잘 모르겠어도,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고 해야하는

연애관계의 도덕적 갑과 을의 싸움에서

당신은 그냥

미안해해야하는 게 싫었던거다


사랑을 못받았다고 서운해 하는 나보다

미안하지도 않은데 미안해해야하는 자신의 기분

뭔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하는 자기 자신이

더 소중했던거야


결국

그냥 '나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던거야

그게 가장 아프지만

그게 맞아


그래도 혹시나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어떻게든

그때의 당신을 이해해보려는

의미없는 시도와

떨쳐지지 않는 생각들

지리한 가정들이 쓰리다

아직은





작가의 이전글 the fools who lov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