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운명론자가 된다..?
만약에
너와 내가
그 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래서 아직도 우리가 만나고 있다면
다른 커플들처럼 결혼을 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이를 가졌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행복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계속 만나면서
더더욱 서로를 미워하게 되고
그래서 불행해졌을지도 모르고
어차피 가지 않은 길 혹은 가지 못한 길
어떤 것을 상상하든 그건 너와 나의 자유겠지만
라라랜드의 마지막 시퀀스에서 그토록 울었던 건
가지 못했던 길에 대한 슬프고 아름답던 상상을
나도 똑같이 해봤기 때문이지
하지만 너의 우주와 갈라지고 난
그 후의 시간들을 통해
새롭게 경험한 세상
새롭게 경험한 사람
새롭게 경험한 나
물론 힘들고 외로운 적도 많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았어
그래서 지금
누리고 있는 나만의 적당한 자유와
이 공간과 여유가
결국엔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결국 그 때 우리가 헤어진 걸
어떤 이유 때문에 후회하더라도
어떤 이유 때문엔 다행인거고
이미 우리에게 그 일이 벌어졌다는 거
그 시간은 돌이킬 수 없다는 거
그것만이 중요할거야
너는 너의 시간을 통해
그 결정에 대해 책임을 졌고
나도 아마 그랬을거야
그러니까 무수한 가정들의 환상 뒤엔
결국 이미 지나온 길이 있을 뿐이고
결국 그 길이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었을 것이고
우리는 또 잠시 마주친 거야
어떤 답도 의미도
이정표도 없는 길 위에서
어디로 향한다 하더라도
애초에
정답이란건 없는거야
그러니까, 그냥
머리는 비우고 가벼운 발걸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