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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May 17. 2017

술 먹고 한 얘기 1

연애 무용론을 주장하던 그녀와

"연애란게 사실 거의 종교같은 거 아냐?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 사람 스케쥴 그 사람 기분 그 사람 생각

세상에서 그게 제일 중요해 지잖아


얘기도 엄청 많이 하지

하루에 평균 막 두세시간씩

그러면서 배우고 이해하려 하지

그 사람의 가치관 그 사람의 취향 이런 것들


그렇게 정말 열심히 연애를 했어

항상 그렇게 했지

근데 끝나고 깨지고

그렇게 몇 번을 겪다보니까

너무 시간이 아까운거야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었으면

그 사람들하고 이야기 할 때 차라리 영화를 봤으면


그 얄팍한 가치관

그리 세련되지도 않은 취향

재미없는 생각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변덕

이런 것들을

뭘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신앙처럼 맹목적으로

다 받아들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냐고


조용히 책 읽는 것만도 못한 연애

그런 사람들만 자꾸 만나는게

이제 지겨워


안할래 연애

인생에 도움이 안돼

낭비야 낭비


외롭고 힘들 때는 그냥

책이나 읽을래

그걸로 충분해"



"그래 그 말도 맞아


근데

책은 널 안아줄 수가 없잖아


뽀뽀도 못하고

눈을 빤히 쳐다보다 갑자기 키득거리고

간지럽히고

손잡고 뛰고 그러질 못하잖아"



"......제길

인간인게 싫다....."



"......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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