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무용론을 주장하던 그녀와
"연애란게 사실 거의 종교같은 거 아냐?
그러니까 말하자면
그 사람 스케쥴 그 사람 기분 그 사람 생각
세상에서 그게 제일 중요해 지잖아
얘기도 엄청 많이 하지
하루에 평균 막 두세시간씩
그러면서 배우고 이해하려 하지
그 사람의 가치관 그 사람의 취향 이런 것들
그렇게 정말 열심히 연애를 했어
항상 그렇게 했지
근데 끝나고 깨지고
그렇게 몇 번을 겪다보니까
너무 시간이 아까운거야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었으면
그 사람들하고 이야기 할 때 차라리 영화를 봤으면
그 얄팍한 가치관
그리 세련되지도 않은 취향
재미없는 생각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변덕
이런 것들을
뭘 그렇게 귀를 기울이고
신앙처럼 맹목적으로
다 받아들이려고 그렇게 애를 썼냐고
조용히 책 읽는 것만도 못한 연애
그런 사람들만 자꾸 만나는게
이제 지겨워
안할래 연애
인생에 도움이 안돼
낭비야 낭비
외롭고 힘들 때는 그냥
책이나 읽을래
그걸로 충분해"
"그래 그 말도 맞아
근데
책은 널 안아줄 수가 없잖아
뽀뽀도 못하고
눈을 빤히 쳐다보다 갑자기 키득거리고
간지럽히고
손잡고 뛰고 그러질 못하잖아"
"......제길
인간인게 싫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