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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l 02. 2017

지구가 기억하는 러브스토리

이토록 뜨거운 순간

나는 박열을 알고 있다.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모든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재판관들에게 말하고자 한다.

부디 우리 둘을 함께 단두대에 세워달라고.

박열과 함께 죽는다면 나는 만족스러울 것이다.


그리고 박열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박열, 가네코후미코 재판기록>중에서)



*



언젠가 아니 사실은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평생의 꿈을 묻는다면


'단 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이라 말하곤 한다


어쩌면 그건

한 순간의 신기루를 영원히 박제하고 싶어하는

매우 어리석은 목표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한 가수가 말했듯

불가능한 걸 꿈꾸는게 뭐가 어때서?



이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에게 언제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평생을 외로운 무적자로 살아왔던

한 여인이

한 사람을

이토록

누구도 끼어들 수 없고

차마 다 이해할 수도 없을

거대하고

강인한 마음으로

망설임 없이

온 몸과 온 마음을 던져

사랑하며


진정한 동지이자

메이트로서의

'한 사람'이 되는

그 순간이다



박열이 사랑받을 만한 남자인가?

목숨걸 가치가 있었나?

그래서 이 사랑이 응답 받았는가?

결실을 맺었는가?

그딴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그 어려운 걸,

이 언니는 해냈어


언제나 기억할 이름

가네코 후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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