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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nah Jun 23. 2017

뒷 얘기

줄리언 반스의 사랑, 그리고 를 읽다가

우리의 인생이야기는 결코 자서전이 아닌,

항상 소설이다.

자서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이 저지르는 첫 과오다.

우리의 기억은 또 다른 책략에 불과하다.

어서 이 점을 인정하라.



*



<마음이 부드러워졌는데, 이건 위험해>

사랑한다는 것이 당신을 사랑에 빠지기 쉽게 하지.

무서운 역설 아니야?

무서운 진리 아니야?



*



언젠가 나는 어떤 여자가 쓴 책을 읽고 있었는데

한 대목에서 그녀가 어떤 말을 했냐 하면, (...)

모든 관계는 그 안에 그것이 아닌 다른 모든 관계의

유령이나 그림자 같은 것이 들어있다는 거야.

포기했던 모든 대안이나 잊어버린 선택,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살았을 뻔했지만

살지 않았으며 그 이후로도 살아오지 않은 삶이

포함되었다는거지.



*



나는 사랑을 원치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원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나는 욕망하기를 욕망하지 않아요.

그리고 나는 이렇게 말할거에요.

나는 욕망을 했던 세월과 마찬가지로

지금도 행복하고, 그때보다 덜 바쁘고

덜 열중하지만 그 못지않게 행복하다고요.

아니면 그 못지않게 불행하다고요.


내가 감내했던 그 모든 <가슴앓이>

이제까지의 모든 탐색과 모든 고통과

모든 기대와 모든 행동이

결국 내가 생각한 것처럼 행복과는 무관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바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들로부터

내가 받는 벌 일까요?



*



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또한 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누가 주는 것만 받는다면

우리는 별로 많이 얻지 못한다. 안그런가?


모든 것이 원하기에 달려있다. 안그런가?

내가 어렸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로 나도 원하는 척 하거나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며 원하지 않는 것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



나는 어떤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던

그 사람의 됨됨이가 더 잘 알게 된 뒤에도

정확히 똑같기를 원해.


나는 전화하겠다고 말한 때 전화하고,

집에 오겠다고 말한 때 오는 남자를 원해.


나는 현재의 나 같은 여자를 원하는

그런 남자를 원해.


그리 지나친 요구로 들리지는 않지 않나?


글쎄, 내 친구 마르셀에 의하면

이건 달과 별을 따달라고 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얘기야.


마르셀은 말했어.

<테리, 그것은 모든 남자의 유전자가

돌게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야>



*



사람은 결혼 생활을 꾸리고,

사람은 자녀를 보호하고,

사람은 사람을 관리하고,

사람은 삶을 운영해.


그리고 때로 우리는 잠시 멈추고는

정말 진짜 그럴까 생각해보지.

사람이 자신의 삶을 운영하는가?

아니면 삶이 사람을 운영하는가?



*



나는 그를 책망하지 않았어요.

우리는 사랑에 대해 다르게 생각했을 뿐이었으니까.


사랑이란 깨지기 쉽고 증발하기 쉽고

<덧없으며> 무정부적인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사랑에게 사랑의 공간과 사랑의 왕국을

모두 허용하려고 했어요.


그는 사랑이 마법의 국가도 아니고,

하나만도 아니며,

한 여정의 시발로서

조만간 웨이트 로즈 카드(주부들이 쓰는 카드)에

당도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에요.

그는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던 거죠.



*



진정한 사랑은 알찬 사랑, 나날의 사랑,

믿을만한 사랑, 결코 배반하지 않는 사랑이야.


이게 따분하게 들린다고 생각해?

나는 이 말이 매우 낭만적으로 들린다고 생각해.



*



누군가는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지만

나는 말하고 싶다.

사랑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만큼은 아니라고.



*



사랑은 행복으로 통한다.

그 옛날에는 나도 늘 그렇게 믿었다.

더 이상은 믿지 않는다.


당신 자신의 삶을 살펴봐라.

사랑은 행복으로 통한다?

그딴 소리 집어치워라.



*



어떤 사람이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한다고

주장할 때, 그것은 내 의견으로는

그들을 각자 반절씩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해.

누가 어떤 사람을 완전히 사랑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거든.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거야.

당신이 만약 내 입장이었다면 이해할거야.

아니었다면 열심히 계산을 해보겠지.



*


나는 기다릴거에요.

무슨 일이 일어나기를 기다릴거에요.

아니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기를 기다릴거에요.



*


매우 지적이고

매우 시니컬하며

매우 슬프고

매우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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