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럽게 늙어가기

롤러코스터 인생

by SomeDay


사촌동생이 결혼하던 날

말수가 적고 숫기 없던 사촌 동생이 결혼을 한다니 신기했다. 사춘기가 온 후 이 아이가 웃거나 떠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는데 무려 10년을 연애한 뒤 결혼을 한다고 했다. 도대체 어떤 신부가 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지 궁금했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보니 사촌 동생은 겨우 날 알아보고 씩 한번 웃음 짓고는 신랑입장을 했다. 어여쁜 신부를 보기 위해 신부입장을 기다리던 그때 활짝 웃는 미소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신부의 외모가 어떤지, 드레스는 어땠는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신부입장 후 결혼식 내내 활짝 웃는 그녀는 내가 살면서 본 신부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신부였다. 아름다운 그녀의 미소는 한 번도 말을 섞어보지 못했지만 그녀의 인성울 대변해 줬다. 이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그날 우리 가족들에게 큰 인상을 주었고, 남편도 나와 함께 같은 인상을 받았다.


고작 30대에 저렇게 아름답게 웃는 신부라면 그 노년의 모습은 더 얼마나 아름다워질까 나는 생각했다.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결국 나이가 들었을 때 그 사람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내 또래쯤이면 여러 가지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 얼굴에 행복과 슬픔이 함께 나타난다. 30대를 아픔으로 지냈던 나 또한 웃고 있지만 슬픔이 묻어 나오고 있을 것이다.


어떤 가정에서 어떤 교육을 받고 자라왔는지는 말투, 행동에서도 나오지만, 얼굴에서 나오는 아우라가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중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미소다. 활짝 웃으며 살아온 사람은 미소가 어색하지 않다. 어두운 집안의 공기, 존중받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사람은 멋쩍은 웃음을 많이 짓게 된다. 그로 인해 얼굴 표정이 굳고 웃을 때면 경련이 일어난다. 웨딩촬영을 하던 날 하루 종일 억지웃음을 짓느라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던 경험이 있다. 덧니가 있던 나는 미소가 이쁘지 않다는 이유로 보기 안 좋으니 엄마가 입을 손으로 가리고 웃으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덧니가 있던 없던 상관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마음껏 웃으며 지낸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도 바뀌고 삶의 방식이 달라지듯 충분히 얼굴의 표정도 달라질 수 있다.

다사다난했던 나의 30대를 이겨낸 40대에 접어든 나의 작은 소망이라면 백발의 뽀글이 머리를 한 할머니가 되었을 때 누구보다 귀엽고 사랑스럽게 늙어가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우리 부부의 노년은 다소 외롭고 쓸쓸할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서로를 아끼고 스스로를 아껴가며 소중하게 살아가 그 모습이 얼굴에 나타났으면 좋겠다. "저 할머니 곱게 늙으셨다. 너무 사랑스러우시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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