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불편한 시선과 하찮은 위로

b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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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없다고 하면 3초간의 정적이 흐르고 안쓰러운 듯이 '아이고, 어떻게 해..'라는 말이 나온다.

'저 그렇게 안 불쌍해요!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멋쩍게 '아. 네 그렇죠. 마음대로 안되네요.'라고 원하는 대답을 해준다.


주부가 되고서부터는 어딜 가나 다들 어디서 짰나 싶을 정도로 같은 질문을 한다.

- 결혼했어요?

- 결혼 몇 년 차예요?

- 아이는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안 가지는 거예요? 안 되는 거예요?'란 불쾌한 질문까지 훅하고 들어올 때는 정통으로 화살을 맞은 듯 많이 쓰라리다. 도대체 나의 존재가 나의 이름 석자와 나이 외에 왜 아이의 유무로 판단이 되는지 아이가 없으면 나는 당신들과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지 정말 모르겠다.


나를 슬프게 하는 말들은 날 잘 모르는 사람은 물론, 가족, 친구, 지인들까지 예외는 없었다.

내가 임신문제로 주저앉아있는 동안 친구들은 결혼을 했고, 줄줄이 임신소식을 전해왔다.

축하를 할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던 나는 감정이 하나도 없는 문자로 '축하해'를 전송했고 톡방에서는 점차 말수가 줄었다. 가끔 한마디라도 하면 모두 내 눈치를 보는 듯했고 '아이 없이 사는 것도 편안하고 좋지'라며 하찮은 위로를 했다. 그 당시 나는 너희보다 내가 못한 게 뭐가 있어서! 내가 더 잘할 텐데!라는 못난 마음을 가진 악에 받친 마음상태였다. 지나가는 임산부조차 좋은 마음으로 바라보지 못했다.


한 번은 회사에서 임신한 동료가 화장실에서 입덧을 하는 것을 보고 울었던 적이 있다.

솔직히 부러웠다. 더군다나 유산을 한지 얼마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 여자가 너무 부럽고 미웠다.

갖지 못한 자의 못생긴 마음이었고 얼굴도 그만큼 못나졌던 것 같다.

아마 그때의 내 얼굴은 자존감이 바닥이 친 것을 누구에게도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억지웃음을 지었던 때였다.


심술보가 심각해진 수준에서는 누군가의 위로는 어차피 그냥 하는 말이겠지 진심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나를 걱정한다는 생각보다는 다들 날 한심하게 보는구나. 나는 실패자고 자신들은 성공했다는 우월감에서

나를 쳐다본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임신한 사람들이 못하는 여행을 떠나고 술을 마시며 즐겁게 사는 딩크족의 모습을 SNS에 열심히 올렸다. 하지만 친구가 단 댓글이 나를 또 열받게 했다. '참 행복해 보이네'라는 말인데 말 그대로 행복해 보인다는 건데 나는 왜 발끈했을까.. 그 말 앞에 '아이도 없으면서..'라는 표현이 있지는 않을까 없는 말을 지어내 모함을 했다. 아마 그 앞에 말은 내가 평소에 나를 보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아이도 없으면서 술을 마시고 놀러 다니고 열심히 병원을 다닌다거나 노력하지 않는 내 모습에 스스로 찔렸던 것 같다.


한 해 한 해 나이가 먹는 것이 두려웠고, 남들이 나를 추월하는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백수였던 나는 반나절 이상을 자고 저녁이면 술을 마시고 방탕한 생활을 했다.

당연히 돈 같은 건 모을 생각도 안 했고 그냥 즐기면서 살아야겠다며 스스로를 위안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게 참 재미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누가 나한테 아기를 꼭 낳아야 한다고 말하거나 압박을 심하게 주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발목이 묶인 죄수처럼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내가 정한 룰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아이를 가져야지. 남들처럼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여러 가지를 순차적으로 해나가야 하는데 2단계도 못 넘어가고 있으니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차라리 그 30대의 시간을 좀 더 활기차고 다른 것에 썼더라면 나의 오늘은 더 달라져있었을 텐데 아쉽기도 하다.


우울증이나 병이 걸린 사람들에게 '헤쳐 나와야지. 힘을 내야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라고 말을 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력감에 빠져본 사람은 아무리 옆에서 용기를 주던, 위로를 건네던 아무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가 '이제 그만 벗어나야지. 한번 해볼까'하는 마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시기가 계속되어도 남편은 나에게 '왜 그러고 있어. 한심하게'라는 말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돈을 모으지 않고 다 써버려도, 하고 싶다는 걸 다 해도 남편은 그저 묵묵히 함께 곁을 지켜줬다.





남의 말 따위 뭐가 중요해서 그렇게 상처를 받냐고 하는데 남의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장 아픈 곳에 콸콸콸 소독약을 붓듯이 나를 더 아프게 하니까 아픈 거다. 딱지가 앉으려고하면 다시 때내고 다시 때내는 당신들때문에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쓰라리다. 예전보다는 웃으면서 대답을 천연덕스럽게 하고 쿨하게 넘기기도 하지만 뒤돌아서면 여전히 딱지가 앉지 못했다.

제발 남의 상처에 소독약을 붓는 질문은 그만 넣어두시길 바란다. 불쾌한 시선도 하찮은 위로도 넣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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