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희망고문

by 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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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너머에 달이 있어요.' 고타가 불쑥 말했다. 정말로 깎은 손톱처럼 가는 달이 걸려 있었다. 불꽃이 떠오르면 그것은 사라지고, 불꽃의 빛이 사라지면 슬슬 모습을 드러냈다. 『 종이달 - 가쿠타 미츠요 』


어느 것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아 애만 끓는 상황이었다.

'될 것 같은데 이상하네요. 그래도 은정 씨는 아직 젊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요.' 28살부터 다닌 난임병원에서는 30대 초반까지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마지막으로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마음에 대구에 유명난임병원에 가서 새롭게 검사를 시작했다. KTX를 타고 2시간이 걸리는 거리여도 상관이 없었다. 다낭성이 있었던 10년 전과 달리 다낭성도 없는 아주 양호한 상태였다. 삼신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원장님이 '이번달부터 바로 시작할 거죠?' 나는 당황스러워 '네?'라고 대답했다. '살만 좀 빼면 될 것 같은데 몇 달 주면 얼마 뺄 수 있어요?' 어리둥절한 나는 '네?'라고 대답했다. '시간이 없으니까 자신 없으면 살 빼는 주사를 맞으면서 시작합시다.' 당황한 나는 '아니오. 잠시만요. 생각 좀 해볼게요.' 그렇게 진료는 끝이 났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난임검사부터 나는 마음이 상해있었다. 오래전 몇 군데 난임 병원을 다녀봤지만 결국 한 군데만 다녔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유명하다고 하는 곳들은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나를 수술대 위에 앉힐 생각부터 한다. 그리고는 엄청 난 양의 주사를 떠 안겨준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나는 실험실 쥐가 아니다. 사람이다. 이런 식의 시작은 싫었다. 큰 용기를 내 갔던 병원에서 결국 결정을 하지 못하고 돌아온 날 저녁 '남편에게 못할 것 같아.'라고 했다. 나만큼이나 기대에 부풀었던 남편도 당황했다. '갑자기 왜 안 한다는 거야?' '그냥 하기 싫어.' 한숨이 나왔고, 서로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시험관 시술은 여성의 몸과 마음의 준비가 기본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내가 이렇게 까지 해서 아이를 얻었을 때 행복이 정말 클까?' 갖지 못한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늘 나를 망설이게 만든다. 남편을 위해 노력해 봐야지 했다가도 나는 내가 더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출산만을 위해 노력하는 실험실 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말 그대로 난임의 원인은 '원인불명'이다. 그러니 모든 방법을 동원해 나의 몸에 온갖 주사를 놓아 최대한 임신이 되게 돕는 것만이 방법이다. 몸을 밸런스는 깨지고 호르몬이 뒤틀리는 느낌, 배는 돌처럼 딱딱하고 피멍이 여기저기 들어 더 이상 주삿바늘을 꽂을 곳이 없는 나의 배를 볼 때면 존엄성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아이를 갖기 위해 나는 그만큼 노력을 해본 적은 없다. 기대한 만큼 실패의 대가는 참혹했고 보이지 않는 마음속의 멍울이 계속 커져만 갔다. 나는 정말로 아이를 원할까?라는 원초적인 질문부터 되뇌면서 나는 다시 숨어버린다.


여전히 로또처럼 1%의 기적을 기대하는 바보 같은 나는 아직 완벽한 포기를 하지 못했다.

'이제 괜찮아'라는 말로 나를 다독이며 실패의 두려움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주 작은 희망을 가진채..

나의 병이 더디게 진행되길 바라며.. 여전히 희망고문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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