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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May 03. 2023

하루 8시간 공부, 첫 어색함

요양보호사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4년 만에 낯선 교실에 들어서니 많은 수강생들이 앉아있었는데 그중 내가 제일 막내였다. 다들 저마다의 사연으로 앉아있는 수강생들은 모두 요양보호사 공부를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흰머리가 멋있는 할머니부터 40~50대 주부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있었는데 이런 어색함은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처음 앉은자리가 공부하는 6주간의 자리라고 해서 처음에는 적당한 뒷자리를 선택했다가 결국 창가 쪽 맨 오른쪽 두 번째를 선택했다.  


첫 수업이 시작되고 형관펜으로 밑줄을 치면서 공부를 했다. 생각보다 오전 수업은 정신없이 흘러갔고 샐러드 도시락을 싸가서 교실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들 어색해 혼자 먹는 사람들이 많았고 대부분은 나가서 먹는 사람이었다. 다행히 내 앞자리 두 분도 도시락 파라 뻘쭘하지 않게 점심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식곤증이 심한 오후시간은 강사님이 바뀌는데 눈꺼풀이 무거워 너무 힘들었다. 첫날 수업이 종료되고 나는 그대로 집에 가서 뻗어버렸다. 긴장감에 시달렸던 첫날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면서 점차 앞뒤옆 대화를 하기 시작하고 지금은 점심 후 산책도 함께 나간다. 


나의 산책 메이트는 앞자리 두 분으로 60년생과 68년생이시다. 우리 엄마보다 어리신 분들을 할머니라고 해야 할지 이모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남편에게 "나 친구가 생겼는데 클래스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분이야..."라고 했더니 "이상한 조합이네"라고 했다. "절복을 입고 다니는 멋스러운 할머니는 말씀도 참 교양 있게 하셔. 그리고 앞에 앉은 이모는 애교가 많고 재미있으셔"라며 매일매일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얘기한다.


하루 8시간의 공부는 너무 힘들지만 공부를 하면서 유익한 정보들이 많이 나와서 오히려 우리의 노후를 위해서도 배워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령화 시대가 되고 있는 만큼 보육교사보다 앞으로 요양보호사가 더 많아질 세상이다 보니 미리 배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은 보수가 적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대소변을 치우는 일이나 목욕을 시키는 일은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나는 건강하던 아버지가 1년 사이에 병들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았다. 매일 뒷산을 오르던 건장하던 아버지였으나 몇 개월 사이 힘이 빠지고 대소변을 못 가리기까지 불과 얼마 걸리지 않았다. 병 앞에서 사람은 한없이 나약한 존재였다. 나 또한 그렇게 늙어갈 것이고 그것을 대비하는 일은 중요하다. 60대 이상 4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고 했다. 남편도 자식도 알아보지 못하는 치매에 걸리는 일은 서글픈 일이다. 수업 중간중간 여러 동영상을 보여주시는데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요즘은 초록이 치매로 40~50대에 치매에 걸리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결혼 후 11년간 집순이 생활을 해온 나에게 지금의 공부는 어쩌면 엄마가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나는 또 살아가는 의미를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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