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본 글은 노킹 온 더 헤븐스 도어(1997)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천국이란 무엇인가?
노킹 온 헤븐스 도어(1997)에는 그 제목과 같이 천국에 대한 이야기와 신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영화의 제목에서 말하는 천국은 우리 모두가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출애굽기에서 모세는 신의 이름을 묻는다.
만일 내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서 '여러분 조상의 하나님이 나를 여러분에게 보내셨습니다' 하고 말했을 때 그들이 '그의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면 내가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답해야 합니까?
그러자 신은 답했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는 자이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스스로 존재하는 자가 나를 여러분께 보내셨습니다' 하고 말해 주어라. -출애굽기 3:13~15-
나는 이곳에서 답을 찾았다. 영화에서 루디와 마틴은 자신들의 존재를 사랑하고 있지 않았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을 때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며 친해지기 시작할 때. 신의 성상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그들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이때부터 그들은 자신의 존재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천국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주변에 있는 하느님의 선물을 살펴보십시오. 맑은 하늘, 신선한 공기, 부드러운 풀, 새들, 아름답고 순진무구한 자연을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들만은 하느님을 믿지 않은 채 어리석음에 빠져있으며, 인생이 천국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그것을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자연은 당장이라도 아름답게 단장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고, 우리들은 서로 포옹한 채 눈물을 흘리게 될 것입니다······.
인생은 낙원이라고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지요. (···) 낙원이란 각자의 마움 속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 내 마음속에도 숨어 있어서 내가 원한다면 실제로 내일 당장 나한테 나타나 일생 동안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정식의 작가노트
정리하자면 루디와 마틴은 자신들의 존재를 깨닫던 그 순간. 천국의 문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언제든지 우리의 존재를 사랑하고, 감사하는 순간 이 모든 대지의 아름다움과 소중한 것들을 깨닫게 되는 순간 열리는 천국의 문이다.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무엇인가?
그들의 문 앞에 천국의 문이 나타났을 때 그들은 곧장 이를 두드린다. 병실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 그간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존재를 사랑하는 자에게 나타나는 아름다움이다.
그들의 앞에서 성상이 떨어진 것. 그 안에 테킬라가 있던 것, 벤츠가 나타난 것, 그 안에 100만 달러가 들어있던 것 등 모든 것은 기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이를 천국의 문을 두드렸을 때 나타나는 기적 같은 변화에 대한 비유라고 느낀다.
그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연다. 신의 성상이 떨어져 열렸던 냉장고는 그들이 연 것이 아니지만 이후의 레몬냉장고, 벤츠의 문, 트렁크, 돈가방 모두 그들이 열게 된다.
이는 신이 자신의 이름으로 스스로 존재하는 자로 보여주신 것을, 천국의 문을 열어보인 것을, 우리도 그와 같이 따라서 우리들의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보는 것과 같은 자유로운 존재에 대한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들이 돈가방을 열 때마다 택시기사, 전직군인, 자동차 딜러, 호텔직원, 호스트바 직원까지 모두 기뻐한다. 그들이 단순히 막대한 돈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천국의 문을 두드린 자이자 존재의 기쁨을 느끼는 자의 주위사람들이 얻게 될 은혜에 대한 이야기로도 볼 수 있다.
천국은 보이는 것 보다가 가까이 있다.
내가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다. 단순한 연출이지만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루디와 마틴은 시한부이기에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모든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영화에서는 그런 태도를 계속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희망을 찾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버킷리스트를 실행해 간다.
천국엔 주제가 하나야, 바다지.
노을이 질 때 불덩이가 바다로 녹아드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야.
우리의 존재, 우리의 삶에도 바다라는 천국이 있고, 열정이라는 불덩이가 있으며 노을이 지는 흐름, 시간이 있다. 천국도, 불덩이도, 바다로 녹아드는 흐름도 매우 가까이 있다.
영화에는 B급요소와 우스꽝스러운 코미디 표현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흐른다. 루디와 마틴, 관객인 우리도 모두 영화는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즐거운 장면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계속해서 잊는다. 하지만 마틴이 주기적으로 발작을 일으킬 때 우리는 영화가 어떻게 끝날 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마틴과 루디의 영화가 끝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한 순간도 끝이 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노을이 지듯이 저물어가고 있다.
바다와 불덩이로 대변되는 천국과 열정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하지만 바다로 녹아드는 노을 즉 죽음도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으며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다.
천국은 바다와 같이 흐른다.
우리는 하늘에서 태어나 하늘로 돌아가기도, 흙으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바다와 같이 우리는 흐른다. 흐르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바다이지 않을까? 우리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큰 불덩이로 큰 태양이 되는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닐까?
니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그리하여 어느 날 아침, 먼동이 트자 그는 일어나 태양을 향해 걸어 나가 이렇게 말했다.
“그대, 위대한 천체여! 만일 그대가 비춰 주어야 할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대의 행복이란 대체 무엇이겠는가!
지난 십 년 동안 여기 내 동굴을 찾아 올라와 비춰 주었다. 나와 나의 독수리(긍지) 그리고 뱀(지혜)이 없었더라면, 그대는 빛과 그대의 행보(行步)에 싫증이 났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아침마다 그대를 기다려 그 넘치는 풍요를 받아들였으며 그 대가로 그대를 축복하였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는 우리가 태양과 같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존재 자체로도 주위에 따듯함과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뜨거운 천체. 루디와 마틴은 그 누구보다도 뜨겁게 타오르며 바닷속으로 녹아들었다.
우리의 삶도 바다로 녹아드는 중이기에 크고 뜨겁게 타오르며 끝까지 세상에 따뜻함을, 생명력을 남겨야 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우리는 태양이 되기도 하고, 바다가 되기도 하고 밀알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열매를 많이 맺는다.
-요한복음 12:24-
영화의 결말에 다다르면 마틴은 밀알이 되어 죽는다.
마틴이 쓰러질 때마다 다급하게 그를 살려내던 루디는 이제 덤덤하게 친구의 죽음을 받아들인다. 그들은 죽음에 이름으로써 천국의 문을 두드렸고 그들의 씨앗은 영화를 본 모든 관객에게 뿌려져 변화를 일 깨울 것이다.
귀천
마지막으로 영화에 대해 알아보며 알게 된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남기고 싶다.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