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음반, 드라마, 지름, 스터디 등등등...
연말을 핑계삼아, 2018년 이것저것 한 판 정리. 까마득한 예전 일도 있는 것 같은데, 1년은 꽤나 긴 시간이구나.
나랑 와이프님 모두,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 광팬인데 (우리집 가훈은, "남의 기대가 부담스러울 땐 과감히 실망시키고 내 갈 길 가자" by 난다) 난다님의 재능이 만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책. ㅎㅎ 사실 난다님의 그림체도 좋아하지만 난다님 특유의 따뜻하고 예리한 시선에 크게 공감하는 편인데, 임신과 육아를 통해 경험하는 소소한 일상의 감정들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육아책이지만... 부모에게 충고하지 않고, 잔소리하지 않고,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고, 앞서나가려고 하지 않는 좋은 책 . 부모가 된다는 건 인생에서 참 여러 가지의 변화를 가져오는 사건(!)이었는데, 나만 그런 건 아니었구나... 한 줄 한 줄 아주 공감하면서 읽음. ㅠㅜ
사실 올해의 책 선정이 너무 어려웠는데 (괜찮은 책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딱 한 권만 고르라니!)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책을 몇 권만 더 소개하면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 그리고 비커밍. 둘 다 리디셀렉트 통해서 읽은 책인데, 울림이 길게 남았던 책.
한동안은 쇼팽에 빠져서 주구장창 쇼팽 피아노협주곡, 발라드, 전주곡만 듣던 때가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올해의 작곡가는 베토벤이었다.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특히 그 중에서도 월광과 열정이었는데, 꽤나 여러 음반을 왔다갔다하다 최종적으로는 바렌보임에게 정착. 바렌보임을 특별히 좋아하는 건 아닌데, 이 음반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월광은 아름답고, 비창은 유려하고, 열정은 말 그대로 passionate 하다. 언젠가 베토벤 월광은 꼭 한번 쳐보고 싶은데, 과연 언젠가...;;;
한동안 중지했던 왓챠플레이 정기결제를 다시 하도록 한 작품. 픽션이지만 왠지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미드나 일드를 보다 보면 은근 유머코드가 안맞아서, '웃기 위해서 뭔가 설명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는데, 이 드라마는 나랑 유머코드가 너무 잘 맞아서 보는 내내 위화감이 없었다 ㅋㅋ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캐릭터 하나하나를 너무 잘 살려서, 모든 출연진에게 애정이 가는 작품 (왓챠플레이는 빨리 시즌 4, 5를 가져와라!!!)
딸래미 책이 내 책장을 슬슬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ㅠㅜ 나는 이제 전자책으로 전향해야겠다고 마음먹고는 페이퍼프로를 질렀는데, 마침 비슷한 시기에 리디셀렉트가 나오면서 페이퍼프로를 정말 잘 사용하고 있다. 왕복 출퇴근 시간이 3시간 가까이 되다보니, 리디셀렉트에 있는 책을 엄청 읽게 되었는데... 원래 계획이었던 출근길 영어공부는 저 멀리.... 그러고보니 올해 읽은 책은 대부분 페이퍼프로 산 이후에 본 책인듯. (페이퍼와 리디셀렉트의 조합은 정말 강력하다) 아직 리디셀렉트에 책이 많지 않은 게 조금 아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만한 책이 제법 있고 업데이트도 꾸준히 되고 있어서, 책읽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완전 추천. 주말 저녁이 되면, 다음주에 읽을 책들을 리디셀렉트에서 골라서 페이퍼프로에 다운받는 게 정기적인 일과가 되었다.
혼자서 (가끔씩) 깨작깨작 공부하면서 '그래도 이정도면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큰 착각을 단박에 박살내 준 슬라이드. 긴 말 필요 없이, two thumbs up!
머신러닝 공부하면서 선형대수랑 미적분 기초 없이 코드 복&붙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고등학교 문과라서 수2 안배움 -_-), 미적분 동영상강의를 검색하다가 유투브에서 미친 퀄리티의 수학 강의를 발견. 코세라나 udemy 같은 MOOC 사이트를 통해 이런저런 동영상강의를 들은 적은 있었지만, 유투브에서 뭔가 학습용 컨텐츠를 만난 건 처음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유투브에 대한 인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놀라운 경험이었다. 하나하나의 개념 설명이 어찌나 명쾌하고 재미있던지, 한동안 퇴근하고 집에 오면 이 강의 보면서 와이프님한테 '수학 너무 재밌지 않아?' 따위의 재수없는(!) 소리를 했던 기억이... 훗날 이 강의는 딸래미에게 꼭 강추해야지 (...이렇게 아빠와 딸의 관계는 소원해지는데...;;; ㄷㄷㄷ)
올 초에 일찌감치 잡아놓은 여름휴가 일정이었는데, 어쩌다보니 퇴사 후 백수로 떠난 여행. 봄부터 갑자기 오키나와에 홍역이 유행해서 갈까말까 엄청 고민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굉장히 즐겁게 쉬다 온 여행이었다. 친구네 가족이랑 같이 갔는데, 여행 패턴이 우리랑 엄청 비슷해서 (여행은 모름지기 느긋하고 게으르게!) 6박 7일 무계획으로 정말 게으르게 놀다 왔다. ㅋㅋㅋ 물 좋아하는 딸래미 때문에 일주일 내내 호텔 수영장 or 근처 바다에 머물렀는데, 오키나와는 어딜 가든 바다가 예쁜 곳이었음. 이번에 스노쿨링을 제대로 해보고는 완전 감격해서 식구수대로 스노쿨링 마스크를 사고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중;;;
딸래미 케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와이프님은 못가고 나 혼자 갔었는데, 혼자서 본 게 너무 아까웠던 공연. 예당 콘서트홀이 워낙 커서 피아노 리사이틀에 적합하진 않지만, 워낙 예매한 자리가 좋아서 소리도 잘 들리고 임동혁님 손도 완전 잘 보이는 자리였음. 게다가 연주자가 만족한 연주라는 느낌이 객석으로 고스란히 전해져서 (앵콜 7곡 실화입니까...ㄷㄷㄷ) 굉장히 큰 기운을 받고 온 공연. 임동혁님 슈베르트 앨범도 하나 내주시면 안되나요??...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김정원의 V살롱 갈라콘서트에서도 임동혁이 슈베르트 즉흥곡 op.142-3 을 연주했었는데, 그걸 회사에서 들을 수 있는 네이버 직원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ㅋㅋ
그동안은 아이유 앨범 나올 때마다 사모으고, 함께 오는 포스터는 방문에 붙이고 (응? ;;;) 하는 소소한 덕질에 머물러 있었는데, 올해는 왠지 콘서트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서 멜론티켓에서 모집하는 아이유 팬클럽에 가입하고 + 연말에 엄청난 경쟁을 뚫고 예매에 성공해서 데뷔 10주년 콘서트에 다녀왔다! ㅋㅋ 팬클럽 선예매인데도 불구하고 어찌나 경쟁이 치열하던지 (아니 올림픽 체조경기장 1만석 넘는다면서요...;;;;) 간신히 예매 성공해서 다녀옴. 큰 무대를 꽉 채우는 존재감, 탄탄한 노래실력, 상상력 넘치는 무대세팅과 프로그램, 팬들에 대한 진심어린 마음까지... 10년간의 덕질에 보람을 느끼는 시간이었음. ㅋㅋㅋ
4년 가까이 다닌 세 번째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 스타트업으로 컴백. 대기업 -> 스타트업 -> 대기업 -> 스타트업 의 정신사나운 테크트리를 쌓아가고 있다-_-;;;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새로운 도메인으로 와서, 새로운 직무에 도전하면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일텐데... 정신없이 하루하루 쌓아가다보니 어느새 6개월이 흘렀고, 어찌어찌 밥값은 하고 있는 것 같다. (역시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건 하루의 밀도가 다른 듯, 한 2년 다닌 것 같은데 이제 6개월이라니 ㄷㄷㄷ) 입사 후 한달 무렵에 썼던 글이 꽤 흥했었는데, 일 년쯤 되는 시점에는 또 새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여전히 더 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