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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오군 Sep 17. 2018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만들기

마이리얼트립 그로스팀은 무슨 일을 할까?

저는 마이리얼트립 그로스(Growth)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제가 입사하면서 마이리얼트립에 '그로스팀'이라는 조직이 생겼습니다. (그로스팀 1호 멤버!)  물론 그 전에도 마이리얼트립은 각 부서별로 업무상 필요한 데이터들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지만,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별도 조직이 셋팅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새로운 팀을 셋업하면서, 이 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뭘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고민 끝에, 제가 처음으로 만든 사내 위키 페이지의 제목은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 만들기' 였습니다.

구글은 이렇게 한다던데...


많은 회사들이 '우리 회사는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중요시하는 문화'가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실제로 데이터 기반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서비스 데이터를 추출할 때마다 복잡한 승인과 요청 과정을 거쳐야 한다거나, 데이터 분석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요청하는 raw data 추출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거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가 1회용 보고서에만 남아있고 제품을 개선하는데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데이터에 기반해서 일하는 '업무 프로세스'가 잘 정의되어 있지 않다면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데이터를 담당하는 조직은 유관부서의 의뢰/요청을 받아서 (혹은 자체적으로 주제를 발의하여) 데이터를 추출하거나, 분석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요청하는 사람과 추출(혹은 분석)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나뉘어진 구조에서는 데이터가 원활하게 흐르기 어렵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는 다음과 같은데요.

데이터 분석가들이 단순 데이터 추출업무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면서, 깊이 있게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물론 반복적으로 찾아보는 데이터들을 대시보드 형태로 만들어서 공유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긴 하지만, 제 경험상 대시보드를 만든다고 해서 그때그때 필요한 일회성 데이터 추출 요청 건들이 줄어들지는 않더군요.

특히, 단 한 번의 요청으로 추출 목적에 딱 맞는 잘 정리된 데이터를 뽑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실제로 쓸만한 인사이트나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면서 수없이 반복되는 질문과 답 속에서 찾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청하는 사람과 추출하는 사람이 다른 경우, 이러한 질문 > 데이터의 반복되는 iteration을 충분히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요청하는 사람은 미안해지고, 추출하는 사람은 귀찮아져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게 됩니다.

데이터 분석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하는데, 일반적으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서비스와 사용자의 접점에서 일하면서 도메인 지식을 쌓아 온 사람들입니다. (데이터분석가에게 도메인 지식이 필요한 이유...)  이 부분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으면, 분석 조직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해 낸 결과물은 "...이런 거 해봤으니 한번 참고해보세요" 수준으로 정리되고, 유관부서에서는 "... 재미있는 보고서네요.  참고할께요" 하는 식으로 그냥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데이터가 흐르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청을 하는 사람과 추출/분석 하는 사람 구분 없이, 원하는 사람이 필요한 시점에 자유롭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업무환경 만들기

질문 > 데이터 추출 > 데이터 분석 까지 하나의 완결적인 cycle을 스스로 해낼 수 있는 개인의 역량 갖추기

이러한 개인적인 역량이 뒷받침 된 가운데, 더 좋은 질문과 더 좋은 답을 찾기 위한 조직의 역량 갖추기


마침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다른 회사 이야기가 얼마 전에 공유되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요. (모두가 데이터를 보는 회사)  저희는 모두가 데이터를 볼 수 있고, 나아가서 기본적인 분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아래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사내교육

희망자에 한해 신청을 받아 아래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사내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사내 교육을 하다 보면 '업무가 바빠서', '급한 이슈가 터져서' 교육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각 팀장님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업무 때문에 교육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지 않도록 다짐을 받았습니다.  (아무리 업무가 바빠도 불참이나 과제 미제출에 대한 excuse 없음...)  대신,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짧은 시간에 굉장히 intensive하게 공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한 달 남짓한 짧은 기간에 많은 분들이 원했던 레벨까지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


1.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와 마인드셋

- 데이터 분석을 위한 기본적인 지표와 분석 방법론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서비스를 바라보는 프레임의 중요성과 주로 사용하는 지표의 종류, 실제로 많이 사용하는 코호트 분석이나 A/B 테스트 등의 방법론에 대해서 공부한 시간이었구요.  다행히 제가 예전에 정리한 자료들이 있어서, 교육자료를 만드는 시간은 절약했네요.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이야...)


2. 데이터 추출하기 (SQL)

- 가장 신경써서 준비한 세션인데요.  서비스 DB에서 직접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찾아서 추출할 수 있도록 SQL문법과 내부 서비스의 DB Scheme을 공부했습니다.  2주 안에 SQL 기본 문법과 서비스 DB 구조를 모두 익혀야 하는 빡센 일정이었구요.  매일매일 학습량에 대한 진도 체크를 하고, 2주차에는 매일 아침에 과제를 내고 매일 자정까지 제출하도록 하는... 나름 고3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도 느껴봤네요...


날마다 진도 검사...


3. 데이터 가공하기 (Excel)

- 데이터 가공/분석에 대한 공부를 하려면 일단 R이나 Python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꼭 R이나 Python 같은 툴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추출된 데이터에 대한 기본적인 가공이나 간단한 분석은 Excel로 충분히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질문'에 따라서는 Excel로 답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런 질문이 아주 많은 건 아니라서요)  보통 Excel 교육은 개별 함수의 기능을 사전식으로 익히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게 엑셀을 배우는 건 영어사전을 A부터 외우는 거랑 비슷한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실제로 업무에서 사용되는 코호트 분석이나 매출 분석을 각자 Excel에서 직접 실습하고 그 프로세스를 익히면서, 그 과정에서 필요한 함수나 명령어를 익히는 식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보다가 Excel로 안되는 게 하나 둘 씩 생기면, 그 때 R이나 Python 공부를 다시 해보는 걸로...

 

고3이 부럽지 않은 학구열...


BI 툴 도입 및 주제별 대시보드 세팅

사내 교육을 통해서 배운 내용들을 실제 업무에 바로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전사적으로 데이터 조회 및 추출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BI툴을 도입해서 누구든 본인 업무에 필요한 쿼리를 직접 작성해서 데이터를 조회할 수 있도록 했구요.  팀이나 모듈에서 함께 쓰는 쿼리를 공유하고 개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데이터 추출에 대한 기술적인 고민을 좀 더 쉽게 해결하도록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좋은 질문'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봐야 하는 지표들에 대한 추이를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별로 주요 지표에 대한 대시보드도 만들었습니다.  사실 기존에도 어딘가에는 정리되어 있고, 누군가는 보고 있던 자료이긴 한데...  한 군데로 모아서 잘 정리해두니 활용성이 훨씬 좋아지더군요.  게다가 주제별로 대시보드를 잘 정리해 놓고 나니, 경영진 분들이 지표 때문에 저에게 문의하는 횟수가 확연히 주는 엄청난(!) 부수 효과가...;;;


데이터 통합/정리

추가적으로 사내에 흐르는 데이터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좀 더 넓은 시야에서 볼 수 있도록, 산재되어 있던 데이터들을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했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은 제공하는 여행상품의 종류가 워낙 많고 다양해서, 굉장히 다양한 데이터들이 여기저기에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투어, 항공, 티켓, 호텔, 보험 등등...)  아직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위한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아서 일명 데이터 웨어하우스... 라고 불릴 만한 거창한 무언가를 만든 건 아니지만, 일정 수준의 전처리작업만 하면 통합된 데이터를 가지고 다양한 관점에서 쪼개볼 수 있는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단계씩 개선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좋은 질문'만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답을 찾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




이렇게 일하다보니 입사 후 두 달이 정신없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한 달 지났을 때 쓴 글은 여기...)  처음에 업무 범위를 설정하면서 조직문화와 프로세스를 우선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더라면, 저는 아직도 밀려오는 raw data 추출 요청과 지표 관리 작업을 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ㄷㄷㄷ   

강의자료를 준비하고, SQL 과제를 만드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긴 했지만 -_-;;  덕분에 지금은 전사적으로 데이터에 기반에서 일하는 문화가 훨씬 더 성숙해졌고, 단순한 추출 요청 건들은 각 팀 내부에서 바로바로 해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궁극적으로 다들 예전보다 '좋은 질문'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저는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는 조직' 이라는 본래의 목적에 더 많은 시간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Update) 아래 채용공고는 마감되었습니다.  관심 가져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마이리얼트립에서 데이터에 기반한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고, 개인의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을 키워 온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이제 저희는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서, 팀과 회사 레벨에서의 데이터 활용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 시작점으로, 저와 함께 마이리얼트립의 데이터를 다양한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그로스팀 멤버를 찾고 있습니다. (역시 이쯤에서 나오는 채용공고…)


마이리얼트립 그로스팀 데이터분석가 채용


어떤 일을 하나요?

-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설을 수립하고, 마이리얼트립의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합니다.

- 데이터를 쪼개고, 조합하고, 재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인사이트를 찾고, 이를 서비스 개선으로 연결시킵니다.

- 'Cross-selling'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action item을 만들고, 실행하고, 분석합니다.

- 서비스 핵심지표를 정의하고, 관리합니다.

- 데이터 기반 일하는 문화를 만들고, 동료들을 견인하는 사내 에반젤리스트의 역할을 합니다.


어떤 사람이 지원하면 되나요?

- 위에 기술된 업무를 하기 위한 충분한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아래 4개 조건 중 2개 이상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SQL, R, Python, Excel 등 관련 도구를 통해 데이터를 익숙하게 다룰 수 있음

Appsflyer, Tune 등의 어트리뷰션 툴 또는 Google analytics, Firebase, BigQuery 등의 로그 분석 툴을 활용해 본 경험이 있음

코호트 분석, A/B 테스트, 퍼널 분석 등의 방법론에 대해 알고 있으며, 실무에서 적용해 본 경험이 있음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설-검증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한 경험이 있음


-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풀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글에서 여러 번 반복했지만, 저희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가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두루두루 조금씩 잘하는 사람보다는, 하나를 뾰족하게 잘하는 사람을 선호합니다.  팀원들이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가르치고 공부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지향합니다.  (여기에는 팀장도 예외가 없습니다.  팀장이 팀 내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팀장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팀원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지원 방법

- 마이리얼트립 채용페이지를 통해 지원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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