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세상에는 늘 언니가 있었다.
우리는 겨우 두 살 차이였지만, 언니는 언제나 나를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대했다. 그런 언니가 없으면 모든 게 무서웠던 나는, 늘 언니가 전부인 세상에서 살아왔다.
언니는 내게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모든 걸 나보다 먼저 겪어본 언니의 뒤를 졸졸 따라가는 것이 내게는 당연했다. 언니가 하는 모든 게 부러웠고, 언니가 선택하는 건 뭐든 좋아 보여서 늘 따라 하고 싶었다. 내게 언니는 누구에게나 자랑하고 싶은 존재이자, 내가 되고 싶은 모습 그 자체였다. 그 마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스스로의 선택보다는 언니의 선택을 이정표 삼아 살아왔다. 돌이켜보면 내가 스스로 내린 첫 선택은 고등학교 때 문과와 이과를 고민하던 일, 그리고 대학교와 전공을 정하는 일 정도였다. 어른이 된 후에도 정작 내 의지로 결정한 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런 내 모습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서울로 올라와 9평짜리 좁은 원룸에서 둘이 살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사건건 언니의 뜻에 따라야 하는 상황들이 조금씩 버겁고 힘들어졌다. 우리는 그 작은 방에서 크고 작은 다툼을 반복하며 3년을 함께 보냈다. 그 시간은 언니를 향한 애정과는 별개로, 내 안의 답답함이 터져 나오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갈등 끝에서도 내가 내린 결정은 결국 또 언니였다.
언니가 없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차갑고 매서웠다.
내가 직접 선택했던 두 번의 회사는 생각보다 혹독했고, 그 과정에서 방황을 했다. 결국 상처 입은 내가 다시 돌아온 곳은 언니가 있는 곳이었다. 자매라는 사실은 묻어둔 채, 그렇게 언니가 다니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 당시 27살, 두 번의 회사를 거쳐 어느덧 4년 차 직장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나는 언니가 닦아놓은 길 위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