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증후군

by 르포테



나대로 사는 게 뭐지.


요즘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이해할 수 없는 직장 동료들의 행동과, 어쩌면 미성숙했을지도 모를 내 행동들 사이에서 현명한 대처법을 찾으려 애썼지만 참 쉽지 않다. 마음을 다스리려 필사도 해보고 관련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상대방의 화를 부드럽게 받아줄 때 상처가 치유된다고 하던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겠다. 그럼 이제 '나답게, 나대로 대처해 보자' 다짐해 보면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나는 개발자로서 코드를 짜고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유튜브나 TV에 나오는 상위 1% 개발자들처럼 실력이 천재적으로 뛰어나지도 않고,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대단한 글로벌 기업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개발자들 사이에는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는 게 있다. 그게 딱 내 이야기였다.


가면 증후군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은 뛰어난 성과를 내면서도 스스로를 '가짜' 혹은 자격 없는 개발자라 느끼며, 실력이 탄로 날까 불안해하는 심리 상태입니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르고,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업계 특성상 흔히 나타나며,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여 소진(Burnout)에 이를 수 있습니다.


예전의 나는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다녀야만 옳은 말을 할 자격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지독한 완벽주의자였다. 정작 나 자신은 그런 타이틀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나를 향한 잣대만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그런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준 건 언니였다. 좋은 대학, 좋은 회사를 나와야만 똑똑하고 맞는 말을 하는 거냐며, 타이틀 없이도 제 몫을 다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언니의 일침에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오랫동안 몸에 밴 완벽주의와 높은 기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아서, 나는 여전히 스스로를 지치게 만드는 패턴 속에 갇혀 작은 일에도 큰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요즘 나는 직장에서 내가 싫어하는 상사처럼 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연차가 쌓일수록 실력은 기본이고 결국 인성으로 판가름이 난다는 말에 더 애를 썼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된 것 같다. 나답게 살자니 내 인성이 그리 훌륭한 것 같지 않고, 실력을 기본값으로 깔고 가자니 그저 벅차기만 한 요즘이다.


이럴 때 나는 또 언니를 찾는다. 언니가 이런 내게 보내준 글이 하나 있었다.


오늘 문득 그 글을 다시 봤다.



'그냥, 어쩌라고' 하고 털어보려 했는데 역시나 안 된다.


나를 답답하게 만드는 이 상황도, 쉽게 털어내지 못하고 다시 끙끙대는 나 자신도. 다 마음에 안 든다.


아주 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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