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우리가 자매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4명 정도 된다. 입사 후 4년쯤 지나니 ‘이쯤 되면 각자의 자리에서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니 밝혀도 되겠다’ 싶은 타이밍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 믿을 만한, 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조심스레 커밍아웃을 시작했다.
내 상황을 설명하자면 이렇다. 나는 입사 후 줄곧 한 프로젝트만 담당했고, 본사와 동떨어진 우리 팀만의 독립된 사무실을 쓴 탓에 아는 사람이라곤 팀원들이 전부였다. 그런데 우리 팀 분들은 대부분이 나와 나이 차이가 열 살 이상씩 나다 보니, 사내 가십거리에 유독 관심이 많으셨다. 또래도 있긴 했지만, 그 또래는 회사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한 '인싸'라서 의도치 않게 내 비밀이 금방 회사 전체로 전해질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처음부터 우리가 자매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싶었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자매의 사생활까지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리고 평가받을 것이 분명했고, 나는 그게 참 싫었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며 가장 스트레스받는 부분이 바로 그런 거였다. 언니는 이런 내 마음을 배려해, 본인의 동료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면서도 내가 원치 않는다는 걸 강조하며 철저한 비밀 유지를 당부했다. 다행히 언니의 동료들은 참 좋은 사람들이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엄청난 비밀은 단 한 번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동료애라곤 1도 기대하지 않았고 ‘과연 회사에 좋은 동료가 있을까?’ 의심만 했었는데, 이 비밀이 굳건히 지켜지는 걸 보며 생각했다. ‘아, 내가 그동안 회사를 너무 냉정하게만 바라봤구나. 삭막한 줄만 알았던 이곳에도 좋은 사람들은 있었네.’
그 훈훈함에 용기를 얻은 나도, 드디어 언니네 팀이지만 입사 초부터 알고 지냈던 동료에게 진실을 밝혔다.
"저기… 사실 과장님 팀에 저희 언니가 있어요."
동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름은 비슷해도 외모나 직무 분야가 워낙 정반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나서 지켜보니 묘하게 분위기가 정말 똑같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는 얼굴도, 성격도, 하는 일도 정반대지만 딱 하나, 숨길 수 없는 '우리 가족만의 바이브'라는 게 있나 보다.
가족의 분위기라는 게 진짜 무섭다고 느낀 일화가 하나 있는데, 내가 입사한 첫날, 신입사원 인사차 사무실을 돌 때 언니에게 메신저 하나가 날아왔다고 한다.
"오늘 입사하신 분, 이름도 비슷하고 분위기가 묘하게 닮았는데… 혹시 동생 아니에요?"
이 동료는 우리가 직접 말하지 않았는데도 단번에 눈치챈 처음이자 마지막 인물이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새삼 놀랍다. 이 동료, 그때 이미 다 눈치채 놓고선 무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에게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