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의 도시 : 교토

by 레슬리

2023년 5월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시, 나에겐 교토였다.

오래된 옛 도시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신비스러움이 강렬했던 탓인지 이름 모를 신사에 있는 빨간 기둥으로 가득한 길, 기모노를 입은 여인. 이런 이미지들이 일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였고 그 이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나에겐 바로 교토였다.

그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내게 교토의 첫인상은 너무 ‘도시’였다.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대 도시.

간사이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교토까지 이동을 해서 교토역을 빠져나왔는데, 일본 어느 도시를 가던 마주치게 되는 버스 정류장이 쭉 늘어선 역 앞의 모습이 처음 도착해서 마주한 교토의 모습이었다. 그게 너무나 당연한 일일 텐데 이곳은 좀 더 특별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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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너무나 도시적인 교토를 처음 마주한 뒤,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내가 생각하던 그 교토의 거리였다. 언덕길에 오래된 상점들이 즐비한 곳. 그곳에 가니 비로소 이곳이 교토구나…라는 설렘과 동시에 엄청난 인파의 관광객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길지 않은 옛 거리에 관광객이 넘쳐나니 구경을 하는 건지 사람에 떠밀려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순간 이곳에 오는 것이 맞았을까 싶은 생각도 잠시 들었었다. 그래도 사람들을 뚫고 여기저기 구경 다니면서 이 도시가 조금씩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매력이 있어서 이 도시는 사람들을 이렇게 끌어당기는 건지 궁금해졌고, 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틈을 노려야겠다 싶은 생각이 번뜩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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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다음날 아침 일찍, 그 옛 거리를 다시 찾았을 때 비로소 온전한 거리의 모습을 조용히 볼 수가 있었다. 아직 상점들도 문을 채 열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고즈넉한 거리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잠깐이지만 이 혼잡한 거리에서 느껴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본다. 그리고 덤으로 옛 가옥의 형태로 지어진 건물에 다다미 방으로 카페가 꾸며져 있어 늘 사람들로 넘쳐나는 스타벅스에도 가서 커피 한 잔을 하는 여유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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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처음 왔으니 유명한 관광 스폿 먼저 여기저기 다녔었다.

금각사, 후시미이나리 신사 등 교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광지를 찾아가 본다. 어딜 가나 넘쳐나는 관광객들과 함께.

그러다 도시샤 대학을 찾아갔다. 윤동주 시인이 교토에서 공부하던 시절 다녔던 학교. 캠퍼스 한 구석에 윤동주 시인의 시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어떻게 있을지 궁금해서 찾아가 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우리 글로 쓰여있는 시인의 시를 마주하니 괜스레 마음이 뭉클한 느낌이 든다.

시비에 적혀있는 시는 ‘서시’.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바랐던 그 시인의 시가 멀리 이국땅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에 괜스레 마음이 시큰해진다.

옆에는 정지용 시인의 시비도 같이 있었다. 어려운 때에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나라를 그리는 마음을 가졌던 시인들의 마음이 작은 시비에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잠깐이지만 그 시인들을 추모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처음 교토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도시샤 대학 방문은 일정에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도시를 여행하는 중에 문득 생각이 나서 찾아보니 금방 찾아갈 수 있는 곳에 도시샤 대학이 있어서 찾아가게 되었는데, 여행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의 흔적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었고 그곳에 짧게 머물렀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교토 여행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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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머물러 있는 도시, 교토.

너무나 유명한 관광 도시라 관광지 어딜 가도 사람들이 너무 많았지만, 또 그만큼 이 도시가 매력적이기에 관광객이 몰리는 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리도 다시 찾아올 땐 조용히 이 도시만의 또 다른 매력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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