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름다움이 있던 곳 : 류블랴나

by 레슬리

2016년 9월


낯선 이름의 도시 류블랴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한 달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들이 몇 군데 있었는데 그중에 한 곳이 바로 류블랴나이다.

당시 맨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만 해도 이름조차 모르던 도시였다. 그러다 여행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세우던 중에 이 도시가 일정에 끼게 된 건 우연이었다.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여행 루트를 짜게 되었는데 슬로베니아를 지나게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잘 모르는 나라이고 도시지만 어차피 지나가야 되는 거, 그곳에서도 잠시 머무는 것이 어떨까 해서 정해진 여행이었다. 그리고 여행은 낯섦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해서 망설임 없이 이 도시를 가기로 했다.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이름도 낯설고 그래서 더더욱 어떠한 나라인지, 또 어떤 모습을 한 도시인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방문하게 되었는데 처음 마주한 이 도시는 차분히 정돈된 조용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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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날이 마침 주말이라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아서 일 수도 있겠지만 깨끗하게 정돈된 가지런한 모습의 도시가 주는 느낌은 퍽이나 인상 깊었다.

유럽이지만 다른 관광 도시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느낌, 고요가 가장 잘 어울리는 느낌의 도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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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날은 생각보다 쌀쌀했고 하늘은 잔뜩 흐렸던 날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잠깐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도시인지 낮이 지나고 저녁이 다가올수록 메인 거리에 사람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고 점점 고요만이 남게 되었다. 그 순간 어디선가 바이올린 소리가 그 조용한 거리를 가득 채운다. 연주 소리를 따라간 곳에는 아무 관객이 없는 곳에서 한 연주자가 홀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빠져나간 탓인지 야외였지만 밤의 거리가 주는 공명이 연주에 더해져 그 순간 유명한 공연장이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아름답게 연주되는 음악과 나만 이 공간에 있는 느낌, 지금도 이 도시를 생각하면 그 공간에 조용히 울리던 바이올린 소리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그리고 밤이 되자 푸른 용의 기운이 온 도시를 감싼다. 저 산꼭대기에 지어진 성에서도 푸른빛이 피어나고 오래된 다리에 우뚝 서있는 용 모양의 동상에서도 푸른빛이 피어난다.

그 푸른빛이 고요한 이 도시를 더 신비롭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이 도시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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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법 추워진 날씨에 따뜻한 국물이 너무나 간절했는데, 마침 숙소 근처에 일식당이 있어서 뜨끈한 우동을 먹었던 기억이 따뜻하게 남아있다. 이름도 낯설었던 도시에서 익숙한 우동 국물이라니. 따뜻한 국물이 더 간절했던 건 아마도 여행을 시작한 지 벌써 20일째쯤 되어갈 시점이라 더 익숙한 음식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여행을 할 때 한식당은 가지 않는데 여행이 길어지게 되니 한식당은 아니지만 익숙한 음식이 갑자기 너무 생각이 났고 생각했던 것보다 갑자기 추워져서 뜨끈한 국물이 절로 당기는 날이었다. 그때 우연히 발견하게 된 그 일식당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오픈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있던 일본인 셰프에게 반갑다고 인사를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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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여행은 생각지도 못한 것들로 기억이 채워지는 순간들인 것 같다. 류블랴나를 찾아오게 된 것도, 이곳에서 우동을 먹게 된 것도, 그리고 고요히 울리던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도. 모든 것들이 계획하지 않은 것들이었고, 그 모든 우연들이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소박하고 조용한, 작지만 아름다움이 남아있던 도시 류블랴나.

다시 꼭 찾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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