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열차를 타고 파리로 간다.
런던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파리로 넘어가는데 열차로 나라와 나라를 오갈 수 있다니, 처음으로 비행기가 아닌 다른 교통수단으로 국경을 넘어보는 경험을 한 터라 그때는 그게 무척이나 신기했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바닷속을 뚫고 지나는 열차를 타고 도착한 곳, 파리.
파리는 한 번쯤은 꼭 가보고 싶었던, 아직 낭만이 가득할 거라 믿었던 곳이었다.
처음 파리역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가는 지하철을 타기 전까지만 해도 ‘내가 파리에 왔다니’란 생각이 온통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기차역을 빠져나와 지하철을 타는데 왠지 모를 불안감과 잔뜩 주위를 경계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끊임없이 들었다. 손에 들은 가방을 꽉 쥐고 생각보다 낡은 지하철을 타고 그렇게 숙소를 찾아가며 처음 파리를 마주했다.
파리에서 머무는 일정이 길지 않은 터라 얼른 짐을 풀고 에펠탑을 먼저 찾았다. 티브이에서만 보아오던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는 그곳에서 꼭 한 번은 에펠탑을 보고 싶어서 바삐 움직이는데 역시나 관광지답게 어딜 가나 사람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에펠탑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장사꾼들이 자꾸만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면서 조금씩 이곳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날씨도 너무 맑았고 이대로 에펠탑을 눈에 담고 싶었는데 가만히 그곳의 여유를 즐기기엔 주변 환경이 썩 좋지만은 않아서 얼른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 본다.
몽마르뜨 언덕에도 올라 사크레쾨르 대성당에도 찾아가 보고 루브르 박물관 앞에 있는 유리 피라미드, 콩코르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도 보고 개선문에도 올라가 본다.
날씨가 추워서 옷깃을 꼭 여미고 다녀야 했지만 유명한 관광 명소들을 여기저기 다니며 비로소 내가 파리에 온 것을 실감해 본다.
그중 좋았던 건, 밤의 센강에서 탔었던 바토뮤슈였다. 센강을 따라다니는 유람선으로 밤에 아름다운 불빛이 켜진 관광 명소들을 볼 수 있어서, 특히나 반짝이는 에펠탑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이곳저곳을 다니며 파리를 부지런히 다녔었는데, 일정이 짧았어서 여유롭게 다니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아 그렇겠지만 다시 이곳을 방문하라고 한다면, 글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여행지이기도 했다.
당시엔 미술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때라 유명한 작품들만 아는 정도였는데, 오랑주리 미술관을 찾게 되었다. 모네 연작이 있는 곳이니 유명한 작품이 있는 곳이긴 했지만, 입장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밖에서 한참을 줄을 서야 했어서 그때 벌써 너무 지친 마음에 막상 미술관에 들어가도 좋은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이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 때나 지금이나 길게 줄 서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아서 기다리는데 일단 모든 기력을 소진한 상태라 더 마음이 좁아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흥미가 없었던 미술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탓인지, 아니면 날씨가 생각보다 추운 탓인지, 이동할 때마다 이용했던 지하철이 불편했던 탓인지 파리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바로 직전에 런던에서 있다가 와서 더 비교가 돼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런던의 지하철과 비교해서 파리의 지하철은 생각보다 지저분하고 냄새가 났고, 때로는 가방을 꽉 움켜 줘야만 하는 상황들이 런던과는 너무 달라서 그 부분이 불편하다 보니 이 여행이 마냥 좋지 많은 않았었다. 그리고 미식의 도시에 갔는데, 이것저것 불편한 것들이 잔뜩이어서 맛있는 식당 찾는 것조차도 그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맥도날드에서 대충 식사도 때우고 했던 기억만 있어서 그런지 파리는 글쎄, 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한 번쯤은 꼭 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너무 기대를 한 탓인지 생각보다 좋은 기억을 가진채 떠나지 못해서, 그때의 짧은 파리 여행은 여전히 나에겐 미완으로 남아 있는듯하다.
그래서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차분하게 돌아보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너무 많은 것들을 놓쳤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