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se 1 #2 나의 스타가 없는 홍콩 스타의 거리
매일 오후 8시면 홍콩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심포니 오브라이트를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는 곳.
그곳에 홍콩영화계를 대표했던 배우, 감독의 핸드프린팅로 이루어진 스타의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 나의 스타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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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홍콩은 꽤나 선선한 날씨였다. 오후 5시 즈음 도착한 홍콩, 침사추이에 위치한 숙소에서 체크인을 하기 위해 홍콩의 공항철도와 같은 AEL를 타고 빠르게 침사추이로 향했다. 짐을 풀고 난 후, 홍콩에서의 첫 식사는 광둥의 국수 요리 중 하나인 완탕면으로 정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메뉴가 비빔밥, 미역국이 있다면(내 기준이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존중한다), 미식의 나라의 홍콩답게 딤섬 이외에도 완탕면도 유명하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장국영 님의 단골 완탕면 맛집인 "침차이키"는 센트럴에 위치하여 있는데, 이 날은 침사추이에만 머물렀기에 구글 지도를 펴고 숙소 근처의 맛집으로 향했다.
완탕면의 첫 느낌? 기름지다.. 둥둥 떠다니는 기름과 완탕의 조화..
낯설었지만, 홍콩식 숟가락으로 완탕을 퍼 입안에 가득 담고 나니 그제야 내가 홍콩에 있다는 게 제대로 실감이 났다. 그렇게 홍콩에서의 첫 식사를 하면서까지 머릿속을 그로 가득 채웠던 나는 침사추이의 명소 중 하나인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스타의 거리로 향하던 중 만난 페닌슐라 호텔. 이곳에는 "더 로비"라는 라운지가 있는데, 장국영 님께서 그곳의 천장을 보며 홍콩의 자랑이라고 말했었다.
들어가 보지는 않았지만, 이 신호등을 건너고 근처를 걸어 다니며 "장국영 님께서도 이 길을 걸으셨을 거야. 어디로 걸어 다니셨을까?" 하며 다녔다는 것은 안 비밀이다:)
이왕이면 심포니 오브라이트를 함께 보고 싶어 오후 8시에 맞춰서 갔는데,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언제 제대로 시작하지!?" 했는데 끝나버렸다. 기대하지 않고 가볍게 보러 가기 좋은 듯!
가볍게 몸을 왼쪽으로 틀어 오늘의 내 마지막 목적지 중 한 곳인 스타의 거리로 향했다.
이미 나보다 먼저 온 수많은 관광객들과 각자 좋아하는 배우의 이름 앞에서 그들의 핸드프린팅과 본인의 손을 맞춰보는 사람들.
가장 먼저 발견한 이름은 유가령배우님이었는데, 이 당시 금지옥엽이라는 영화에 빠져있던 터라 더욱 반가웠었다. 그리고 유가령 님 이야기를 하면 빠질 수 없는 영원한 그녀의 단짝 양조위 배우님! 최애영화가 화양연화(花樣年華)인지라 잠깐 영화 속의 차우가 생각나기도 했었다.
그 시절 홍콩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지 익숙한 이름도 많았고, 수많은 관광객들처럼 나도 그 속에 섞여 그들의 핸드프린팅에 나의 손을 맞대어 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한 이름 앞에 멈춰 섰다.
나의 스타 장국영. 우리의 꺼거 레슬리 청
홍콩을 빛낸 수많은 스타들의 핸드프린팅 사이에 우두커니 그려져 있는 우리 꺼거의 얼굴
핸드프린팅 대신 나의 스타 장국영배우님의 얼굴이 그려진 곳을 나는 괜히 여러 번 손으로 쓸었다.
장국영배우님이 돌아가신 후에 만들어진 스타의 거리라 핸드 프린팅이 없이 제작되었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를 사랑하는 한 팬으로서 "그래도 이건 너무하지 않나?!"라는 속상함이 혼잣말로 치환되어 투덜거림으로 나왔다. "홍콩을 대표하는 배우였는데, 이 전에 찍어놓은 핸드프린팅이 하나 없을까. 다른 곳에서 찍었더라도 그것을 가져올 수 있지 않았느냐"하는 뭐 그런 이야기.
언젠가 스타의 거리 측에서 분명히 어딘가에는 있을 장국영 님의 핸드프린팅을, 그의 이름 옆에 넣어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했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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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계를 대표했던 배우, 감독의 핸드프린팅이 있는 스타의 거리
당연히 그중에서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의 스타 장국영 님의 자리.
아니다 그날 나에게 스타의 거리는 반쪽짜리였다. 나의 스타가 없는 스타의 거리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