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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시장 총알 오징어, 가련하다.

by 있다



엄마는 집채만 한 정구지 보따리를 이고 새벽 장을 나서신다. 30년도 훌쩍 지난 오늘 새벽이다.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아름드리 수양버들이 출렁이는 동네 어귀를 몇 번이나 오르락내리락거렸던가? 특별한 것을 사 들고 오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기다렸을까? 엄마 치맛단에 묻혀오는 도회지 냄새의 동경이었을까?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젊었던 엄마는 그 고단함을 어찌 버텼을까? 밤마다 끙끙 앓고도 새벽이면 첫차를 타고 장을 가고, 손톱이 갈라져라 일을 하는데도 그땐 왜 그리도 가난했는지, 금호에서 대구 벙개 시장행 버스 35번, 오래전에 808번으로 바뀌었다.


시골의 재래시장 구경도 참 볼거리가 많지만 도심의 이런 작은 전통시장도 흥미롭기는 마찬가지다. 누드 닭발집과 추어탕 집 단골이 되고부터 불로시장의 정겨움을 알게 됐다. 주말이 불로 5일장과 겹치는 날은 좀 채 드물어서 아쉬움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사과가 맛있는 장이기도 하고 장날때만 나오시는 양념 숯불 닭발 할머니도 이 시장 터줏대감이다. 군데군데 화려한 양념의 반찬 노점들도 눈 요깃거리다.



기웃기웃하며 지나가는데 사람들로 에워싸인 한 노점, 비집고 보니 어라~ 아기아기 한 생물 오징어 더미 사이로 주인장의 호객 소리가 높다. 이건 꼭 사야 돼. 그런데 이렇게 작은 오징어를 잡는 게 가능한가? 오징어 어획량이 줄어서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잠시 의구심을 내려놓고, 가능하니까 잡았겠지.




한 박스에 20마리 15,000원. 한 마리당 750원, 아이스크림 한 개 값도 안 되는 오징어, 1차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존경해야 하는 이유다. 특별하게 부를 축척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닌데 끝없이 성실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더군다나 직업 평균 종사 기간이 가장 긴 업종이 농림, 어업 직이란다. 시골이 가난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 박스를 들고 돌아와 불법 포획인가 싶어 광클릭 수준으로 검색한 결과, 다리를 뺀 외투막 기준 12cm 내외는 포획금지로 법적 책임을 묻는다고 한다. 다행히 13~14cm 정도다. 안심하고 채반에 올려 쪘다. 그런데 찌고 나니 10cm 내외밖에 안된다. 어떡하노! 어떡하노! 처음이자 마지막이니 맛있게 먹어줄게. 그래도 마음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어린것들은 잡지도 먹지도 말아야 한다.




김이 오른 찜기에 7분 정도 찌고 나니 오동통하고 자그마한 몸통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내 손끝에 대롱거리는 녀석이 가련하다. 10가지 이상의 맛이 모여 있는 내장과 먹물 맛, 여리여리한 육질의 조화, 통째 먹는 총알 오징어의 매력일 것이다. 하지만 미래 자원을 생각한다면 자중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뭘 먹고 살아갈 것인가 말이지. 알약 하나만 털어 넣으면 한 끼 밥 이상의 건강을 유지하는 시대가 도래한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지 않는 것 또한 사회적 책임의 방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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