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혼란과 좌절을 마주하다
왜 나만 아픈 걸까, 왜 나만 약한 걸까.
그 질문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던 어느 날,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통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마치 온몸이 부서져 내리는 것 같았다.
결국 나는 큰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마지막 희망을 품어보았다
언제나처럼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
또 다시 반복되는 MRI 촬영 소리,
차가운 검사대 위에서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기다림
그 모든 것의 끝에서 나온 결론은 "섬유근육통"이었다.
의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했다.
섬유근육통은 만성적으로 전신의 근골격계 통증과 뻣뻣함,
감각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며 신체 곳곳에 압통점이 나타나는
연부조직의 통증 증후군이라고 했다.
드디어 나의 통증에 이름이 생겼다.
하지만 그 이름은 전혀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절망적인 이름이었다.
의사는 많은 약을 처방해주었고,
나는 처방받은 약을 먹기 시작했다.
물론 먹기 전보다 통증은 덜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없어지지는 않았다.
때때로 병원약을 먹으면서도 약국에서 파는 진통제를 함께 먹어야 했다.
약의 종류는 하나둘씩 늘어갔지만
여전히 몸 속의 통증은 계속 돌아다녔다.
나는 여전히 남들처럼 정상적인 생활을 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해야했다.
우는 날도 많았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 아마 그랬을 것이다.
24시간 통증이 지속되는 상태로 살아가야 한다는 걸 이해하는 사람이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오늘도 아파?" 라는 말을 들을때마다가 가슴이 무너졌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니까,
차라리 전신에 깁스나 붕대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섬유근육통이라는 판정은 나에게 더 큰 혼란과 좌절로 다가왔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
그렇기에 완치도 없는 병.
그저 좀 나아지면 감사하고
아파지면 약의 용량을 늘려가며
다른 부수적인 치료들을 통해 친구처럼 함께 가야 하는 병
이 친구는 왜 나를 선택한 것일까.
이 친구는 결코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일까?
그런 두려움이 밤마다 나를 괴롭혔다.
나는 결국 섬유근육통이라는 거대한 무언가에 삼켜먹혀 버렸다.
그 이름은 내 아픔을 설명해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더 깊은 절망의 늪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출구없는 미로에 갇혀버린 것이다.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이 진단이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진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