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몰랐던, 나조차도 몰랐던 나의 고통
나는 남과 다른 삶을 살아야만 했다.
나는 온몸이 다 아픈 병을 가지고 있었다.
그 통증은 마치 길 잃은 사람처럼 내 몸을 떠돌아다녔다.
오늘은 어깨가, 내일은 등이, 모레는 다리가...
아픈 곳을 짚어달라고 하면 차라리 아프지 않은 곳을 찾는 게 빠를 정도였다.
아니, 아프지 않은 곳이 있던 적이 있었던가...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은 게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었다.
MRI, CT,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등
의료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괜스레 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점점 작아져갔다.
아픈 건 확실한데 아픈 이유는 없다니...
마치 양치기 소년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네요"
이 말은 내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아픈 이유도 모르니, 언제 나을지 어떻게 해야 나을지조차 알 수 없다는 말 아닌가.
나는 그렇게 오랜 기간, 내가 왜 아픈지,
왜 나만 이렇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지에 대해 고민을 해보았지만,
끝내 답을 얻지 못한 채 살아왔다.
아픈 나를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어디서는 신병이라는 얘기도 있었고,
어디서는 종교를 가지면 나을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어떤 이는 각종 영양제들을
어떤 이는 용하다는 한의원을
어떤 이는 운동 프로그램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것들을 해내며 들어간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은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다.
매일 아프다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일어나지도 못하는 나를 그렇지 않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그래, 아마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도 없고, 깁스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아프다'라고만 하는 사람.
대체 그걸 누가 그 오랜 기간 이해할 수 있겠는가??
머릿속에는 하고 싶은 일들이 구름처럼 떠다녔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싶었고, 시나리오를 쓰고 싶었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고 공연을 보러나가고 싶었다.
남들에겐 그저 평범했던 일상들이 나에게는 꿈이었고,
한 번 시도하기 위해선 큰맘을 먹어야 하는 일이었다.
마치 마음과 몸 사이에 깊은 협곡이 가로놓여 있었고,
그 협곡을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다리가 끊어져있는 느낌이었다.
나의 가족들은 함께 고통받았다.
엄마는 차마 나의 고통을 마주하기에도 힘들어 보였고,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등을 문질러주었다.
나는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된 일을 할 수조차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항상 어두운 방에 누워있는 것뿐이었다.
커튼을 치고, 불을 끄고, 그 속에서 혼자 나 자신을 마주했다.
빨리 모두가 다 잠을 자는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침대에 누워있는 나의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덜 할 테니 말이다.
몸의 통증은 진통제로도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하루에 성인이 먹을 수 있는 진통제 양의 두 배를 먹어도
온몸에서 느껴지는, 베어지고 잘려나가는 느낌에 결국 술을 찾게 되었다.
약으로도 나아지지 않는 통증이 술을 마시면 조금 무뎌졌다.
그리고 그러면 왠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바람이고 말 그대로 착각이었을 뿐,
그런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술이 깨고 나면 통증은 더 심해졌고 나는 더욱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마치 끝없는 터널 속을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언제쯤 끝이 나올까, 그 끝에서 빛을 마주할 수 있을까?
아니, 정말 빛이 있기는 한 걸까?
그때의 나는 아직 몰랐다.
이 모든 아픔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름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나와 같은 고통 속에 있는 이들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그 터널의 끝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마주한 빛은 아주 영롱하고 찬란한다.
우리는 모두 이 끝에서 나올 수 있다.
나는 나와 그리고 나와 닮은 이들을 위해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 이름을 말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