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받으면 먹는 걸로 풀지? ”
“ 맞아요. ”
“ 남한테 싫은 소리도 잘 못하고 ”
“ 헉, 네... ”
“ 게으른 완벽주의자고 ”
“... ”
대체 모지? 여기는 병원이다. 분명 난 치료를 받으러 왔다. 원장님께서 아픈 어깨를 치료해 주시면서, 나의 체질과 성격 등을 말씀하셨다. 그런데 웬걸, 하시는 말씀마다 다 옳았다.
어깨 통증은 무리한 움직임과 바르지 못한 태도가 원인임은 분명 하나, 살이 쪘으니 통증이 두 배일 거라고도 하셨다. 1년 전보다 살이 찐 게 보인다며, 자꾸만 감추고 싶은 구석을 건드리셨다. 바른 자세와 휴식 등을 설명해 주셨고, 음식이 아닌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풀라며 조언까지 해 주셨다.
현대 사회에서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분들이 음식을 선택한다. 특히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음식과 여행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음식은 감정적 위안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음식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음식은 즉각적인 만족감을 제공한다. 특히 단 음식이나 고칼로리 음식은 뇌의 보상 시스템을 자극하여 순간적인 행복감을 준다. 이러한 음식들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잊게 해 주며, 기분을 좋게 만든다. 즉, 감정의 허기다.
또한, 음식은 사회적 연결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음식이 단순히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인간관계를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트레스를 여행으로 푸는 여성들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노출됨으로써 스트레스 요인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심리적 탈출의 한 형태로, 일상생활에서의 스트레스를 잠시 잊게 해 준다.
여행은 또한 자기 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 새로운 장소를 탐험하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여성들은 자신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자기 이해와 성장을 촉진하며,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는 여행을 무지 사랑하는 사람이다.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진 20대부터 여행은 나와 늘 함께 했었다. 모든 여성이 그러하듯이, 결혼과 동시에 여행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남성도 마찬가지겠구나.
여행의 테마만 바뀌었을 뿐이지, 아이가 생겨도 늘 여행을 즐겼다. 맞벌이 시절엔 넉넉한 여유로 국내 해외 가리지 않고 월 1회씩은 꼭 다녔다. 그러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면서 학교와 학원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져, 여행을 가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이유도 한몫한다. 중학생은 더 이상 유아가 아닌 성인 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음식과 숙박 비용이 증가한다. 또한, 기본 30만 원 이상 되는 학원비가 아까워 학원을 빠지기도 어렵다.
자연스럽게 여행은 줄어들었고 (앗! 코로나도 한몫했구나) 여행 횟수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지만, 그즈음부터 일상의 무료함과 체중 증가가 함께 나타났다.
여행 횟수는 줄었지만, 나름대로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예전에 여행 다녔던 기록들을 하나씩 정리하며 SNS에 일기처럼 작성을 하는 거였다. 글쓰기가 취미라 딱히 어려움은 없었다.
처음엔 방문자도 없었는데, 기록이 쌓이면서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기분이 묘했다.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 글이 읽히지 않는 상실감도 느끼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콘텐츠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여행사와의 파트너십을 맺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내가 경험한 여행 이야기를 구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물론, 이 수익이 생활을 좌우할 정도로 큰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 그리고 나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대문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웠던 나에게, 이렇게 쌓아온 작은 성취들이 나의 자존감을 높여 주었다. 나는 내가 무얼 하는지조차도 몰랐는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문 밖 세상은 여전히 넓고, 주부가 많은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분명 노력하는 자는 기회가 보이기 마련이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에게는 기회가 두 발로 와서 먼저 안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다시 나설 수 있는 힘을 찾기를 바란다. 자, 이제 나는 본격적으로 스트레스를 음식이 아닌 여행으로 풀겠노라! 다짐한다.
다시는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어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아프게 하는 이가 나타나지 않기를 기원하며.
여행을 떠나자, 내 즐거운 삶을 위하여.
대문 밖이 즐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