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꺼를 뺏지 않으며, 내꺼도 지킨다.

by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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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 한 병만 주세요 ”



“ 어... 이건 안 돼요. ”



“ 내빈들, 드릴 거예요 ”



“ 내빈이요? 누구인데요? ”



“ 이따가 시장님이랑 국회의원들이요 ”



“ 아~ 저는 여기 행사 음향을 담당하는 기술팀인데도 안 되나요? ”



“........ ”





운영본부 현수막이 걸린 곳에는 투명한 패트 물병이 여러 박스가 있었다. 알겠다면서 뒤돌아서는 남자의 표정은 씁쓸했다. 즐겁고 행복해야 할 그의 감정이 축제가 시작도 전에, 누구라 지정할 수 없는 대상에게 뺏겨 버렸다.



햇살이 뜨거워 그랬나? 그 장면을 바라본 내 눈이 저절로 찌푸러졌다. 250원 남짓하는 물 한 병으로 인심을 잃고, 행사의 본질마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축제에서 사용되는 ‘사회지도부’ 내지는 ‘내빈’이라는 단어를 안 좋아한다. 그들은 공식적인 행사에 초대된 인물들로, 행사 주최측으로부터 특별한 배려를 받는다. 누가 해당될까? 주로 시장 · 국회의원 · 기업대표 · 그 외 행사에 도움을 준 관계자들이다.



그들은 행사 시작 전부터 줄을 서는 사람들과 달리, 시작 직전에 와서 맨 앞줄에 앉는다. 그러곤 할 말만 하고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누가 봐도 기쁜 자리를 축하해 주러 왔으며, 이름을 알리러 왔으며, 참으로 바쁜 분들이다. 행사를 끝까지 함께 즐길 것이 아니라면, 대기실에서 입장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불현듯 아까 목격했던 장면 속 물병이 떠올랐다. 행사장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인가?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다. 특히 이용자들이 만족하며 즐기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시민을 행사의 주인공이라 표현한다.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축제의 성공적인 분위기를 창출하기 위해 헌신하는 스태프들 또한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이라 불리는 내빈들의 물병은 스태프를 소외시켰다.



모두가 함께 즐겨야 할 자리였으나, 특정 인물들만의 잔치처럼 느껴졌다. 이는 오해일 수도 있다. 각 운영진 별로 물이 따로 준비되어 있었을 수도 있고, 그 남자가 그 사실을 몰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운영 상황실의 물병은 너무 눈에 띄었고, 해당 직원의 태도는 미흡했다.



이제는 좀 바뀌어야 하지 않나? 나는 그들, 즉 내빈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들의 태도가 즐거워야 할 현장에서 누군가의 소중한 행복한 감정을 빼앗고 있다는 사실을. 약자의 마음을 헤아릴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서로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축제에서의 즐거움이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져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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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껀 절대 안 뺏겨



표현이 너무 거친가? 나는 다른 사람의 것을 뺏지 않는다. 그에 대한 관심도 없지만, 내 것은 절대 뺏기지 않는다. 축제 현장에서 나의 행복해야 할 소중한 감정마저도.



우리는 어떻게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을까? 내 경험과 감정을 누군가에게 무시당하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행사와 같은 공동체의 자리에서 모든 이가 동등하게 대우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축제의 의미다.


어디에 있는지 모를 그 남자가, 축제가 끝날 때까지 자신의 행복한 감정을 지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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