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파도가 넘실대는 야생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이곳에 불시착한 로봇 '로즈'는 주변 동물들의 행동을 배우며 낯선 환경 속에 적응해 가는 이야기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우연히, 사고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아기 기러기 '브라이트빌'의 보호자가 되면서 ‘로즈'는 프로그래밍돼 있지 않은 낯선 감정을 마주하게 된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기계라서, 자신의 몸이 녹슬고 부품이 깨져도 끝까지 '브라이트빌'을 지키려 한다. 아니, 입력 값을 완벽히 수행해내야만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은 로즈를 통해 엄마라는 존재를 떠올렸다고 한다. 홀로 남은 기러기를 독립시키려는 로봇 로즈의 노력은 인간만큼이나 정말 감동적이었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로봇 로즈가 AI 기능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학습하는 무서운 현실 내지는 과학의 발전과 윤리 영역, 이런 진부한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로즈는 로봇이기에, 브라이트빌에게 하늘을 나는 방법을 가르쳐줄 수가 없었다. 결국 숲 속의 다양한 동물들이 아기 기러기가 하늘을 날게 하려고, 로즈와 함께 도와주게 된다. 희망찬 장면이건만, 나도 모르게 울컥해 버렸다.
아기 기러기는 마치 내 모습 같았다. 나는 육아로 직장을 그만둔 후, 사회로 재진출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그래서 귀찮았고, 모든 걸 그만두고 싶었다. 집순이로 머물렀던 시간만큼 많은 걸 몰랐고, 순진하다고 하기엔 너무 바보스러웠다.
그러나 세상은 친절했다. 자꾸만 숨어버리고 싶은 나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려고 많은 이들이 용기를 주었다. 그것은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매 순간 이루어졌다.
너 방식대로 날아. 남들 흉내 내지 말고
작은 날개가 부끄러워 다른 기러기처럼 날려는 브라이트빌에게 여우가 해 준 말이다. 듣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묵직한 감정이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일 앞에서 내 방식대로 해도 괜찮을까? 나의 색깔을 보이는 게 맞는 걸까?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이 항상 존재한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나약한 태도라는 걸 알고 있다.
이 대사는 나뿐만 아니라, 사회 재진출을 시도하는 많은 여성들에게도 통하는 메시지다.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끊임없는 노력과 성장만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다르며, 그 다름이 우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두려움을 떨치고 ‘조금은’ 뻔뻔한 마음으로, 나의 색깔이 가장 아름답다고 믿어야 한다.
결국,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만의 방식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진정한 자유와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