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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저투 Oct 20. 2024

병원은 핑크색일까? 하얀색일까?

Ed Sheeran - Bad Habits [Official Video]


핑크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있다. 그 화려한 색상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달콤한 환상마저 줄 것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살짝 드러난 송곳니마저 매혹적이게 느껴진다.



남자는 갑자기 하늘을 난다. 마치 자본주의의 확장성과 무한한 가능성을 표현하는 듯싶다. 매혹적이던 이빨이 곧 공포로 느껴지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도망 다닌다. 


Ed Sheeran - Bad Habits [Official Video]


사람들은 핑크색에 끌린다. 사랑스럽고 감성적이며 때로는 에너제틱한 활력도 느껴진다. 호감적이면서 매력적인 컬러로 여성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우리는 핑크색의 부드러운 매력에 이끌리듯, 돈이 주는 물질적 풍요에 한없이 끌린다. 결국, 돈과 핑크색 모두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자극하며, 그 자체로 강력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러기에 핑크색은 마케팅에서 활용하는 색상 중 가장 인기 있는 색상이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감성적이고, 친근하고, 섹시하니 주목을 끌기 쉽다. 그것은 곧 상대의 마음을 얻어, 그의 지갑까지 열게 해 준다.      



나 역시 핑크색에 지갑을 여는 편이다. 꽃분홍이라고 하기엔 조금 여리고, 딸기 우유라고 하기엔 조금 진한 ‘문방구에 진열된 핑크볼펜’ 색상이 딱 그렇다.  내가 좋아라 하는 그런 핑크색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은, 꾸준히 그곳을 이용하는 편이다. 먼 거리라도 찾아간다. 식당, 쇼핑몰, 학원, 헬스장, 병원 등 업종과 상관없다.     



그런데 최근 해마다 다니던 병원이 핑크색이 변질되었다. 건강검진 전문 병원이라 1년에 한 번만 이용하고 있는데, 이전 기록들이 있어 비상시 관리와 건강 추적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병원을 바꿀지 말지 고민 중이다.    


Pixabay



건강검진 순서 상 내시경은 항상 마지막이었다. 약물에 취해 어지럽고 졸리우니, 병원에서도 절대 당일 운전 금지를 유의사항으로 알려준다. 그런데 아, 글쎄! 올해 방문하여 건강검진을 받는데 모든 순서가 뒤 바뀌었던 것이다.      



내시경이 중간에 들어갔고, 아직 남은 검사를 받으러 3층으로 7층으로 2층으로 자꾸만 이동을 했다.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대기 시간이 짧은 순서대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라며, 검진 대상자들의 ‘시간 절약’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마치 이용자를 위해서 그런다고 말했지만, 나는 전혀 나를 위한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예전에는 내시경 검사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직원이 와서 나를 깨워 다른 자리로 이동시킨다. 대기 소파에 앉거나 눕게 되었고, 그렇게 휴식을 취했다. 이번에 보니, 이동된 소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어느 중년 여성을 직원이 와서 깨우고 그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을 보았다.



핑크색일까? 하얀색일까?



병원의 대기시간을 줄여준다는 시스템은 실제론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인다. 그 순간, 자본주의에 물든 핑크색이 보였다. 사람들은 병원을 떠올릴 때 하얀색을 연상한다. 그 이유는 내 아픈 곳을 치료해 주고 찾아주니 ‘청결과 위생’ ‘평온함과 안전감’이 이유일 것이다.           



나는 맥주도 안 마셨는데 어지러운 채, 다음 검사를 받기 위해 엘리베이터 단추를 눌렀다. 문 앞에 열린 엘리베이터를 놓쳤다. 그렇게 두 대를 놓친 채, 정신줄을 부여잡고 남은 검사들을 완료했다.      



모든 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삼는 것은 당연하지만, 병원에서마저도 이런 일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서글프다. 자본주의의 단면을 절실히 느꼈던 하루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병원은 단순히 수익 창출을 넘어 환자 중심의 따뜻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되니 않나? "우리 병원으로 오세요"라는 광고는 핑크색처럼 화려하지만, 적어도 병원만큼은  인간성의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 병원만큼은
핑크색이 아닌 하얀색을
기준으로 지갑을 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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