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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콤달콤 Jun 22. 2024

브루스가 그루브하게


브루스

서둘러야만 해

식어버리기 전에

선홍색 살갗이

시퍼렇게 변할지 몰라

느리게 가면

이 고통이 길어질 거야.



브루스

자꾸만 브루스

빨리 낫는 법은 없어

차라리 무뎌지게

내버려 두는 게 나을지 몰라

차분히 하나씩

이 고통이 사라질 거야



브루스

비싸다는 페달도

물 건너왔다는 핸들도

모두가 그 앞에서 무릎을 꿇어

돈이 이기는 세상

내 마음의 끈을 붙잡아

그래서 더 브루스



브루스가 브루스하게

bruise...



브루스가 그루브하게 (by. 새콤달콤)




봉다리 손잡이 끈이 돌돌 말려 손가락들이 핏기 없는 색깔로 변했다. 음식이 식을까 봐 뛰다가 발 스텝이 꼬이기도 했다. 내 평생 처음 타본 전기자전거는 신나게 바람을 가르며 달렸지만, 처음 타봤기에 무게를 감당 못해 넘어지고 다리에 멍이 들었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돈벌이로 이만한 알바가 어딨겠나 싶었다.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대여한 전기자전거 이용료가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동거리 감안하여 콜을 잡는다 해도 한 건당 수입대비 자본금이 더 컸다.


음식 배달이 아닌 마트 상품 배달이 더 낫겠거니 싶었다. 잘만 하면 한 업체에서 여러 건을 잡을 수 있고, 자동차로 이동하니 비용 발생이 최소화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 역시 오판이었다.


일단 가벼운 음식과 반대로 무거운 물건이 담긴 박스다. 아파트는 그나마 다행이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는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허리도 아프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정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골목 구석구석 마을의 지도를 머릿속에서 그려낼 수 없으면, 아무리 차량 배송이라 하더라도 최단거리 이동이 불가능하다. 수입 대비 주유비 발생이 커지고 , 이 역시 자본금이 더 커져버린 알바가 돼버렸다.


과연 배달 알바로 돈을 벌 수는 있을까? 이동 수단으로부터 자본금이 투입되지 않는 자유가 있고, 머릿속에 지도를 그릴 줄 아는 AI형 두뇌와 여러 건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체력과 힘이 있는 자만이 승자다. 


결론은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달란트가 있다는 것이다. 나의 달란트는 과연 무엇일까? 이 나이 먹고서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생각하고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문득 멍 때리고 싶은 날에...



이 글의 저작권은 새콤 이에게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전재와 복제는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저작권법에 의거 처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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