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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Apr 13. 2021

주말 저녁

난임 병원을 예약했다. 일단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나와 남편의 정확한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고, 일반 산부인과보다 더 적극적으로 처치하여 임신을 시도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유명한 난임 병원과 직장이 가까운 위치에 있어서 방문을 결심하는 데 마음이 조금 편안했다. 생리 후 2,3일째에 방문하면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다고 안내받았지만, 당장 실천하고 싶어서 가장 가까운 일정으로 예약을 잡았다. 괜히 시간만 버릴 수도 있지만..... 그 기다림 조차도 아깝게 마음이 조급하다. 


저번 주에는 필라테스 회원권도 끊었다. 첫 시간 수업을 들어보니, 체력과 근력이 떨어진 게 바로 느껴질 정도였다. 코로나로 인해서 산책 빼고는 운동을 거의 못해서 그런 것 같다. 다시 운동을 시작하게 되니 꾸준히 해서 기초체력을 좀 올려놓을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상담센터를 가는 것은 조금 주저하게 된다. 아무래도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인 것 같다. 듣는 사람이 나를 평가한다는 부담 없이, 듣는 사람에게 내 불행을 옮게 할 수 있다는 걱정 없이 터놓고 이야기하려면 전문 상담사를 찾아가야 할 것 같아 회사 근처의 상담센터들을 검색해보기도 했지만, 방문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정신과 방문도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약물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일단 스스로 뭔가 해 보고, 그 후에도 나아지지 않으면 가보기로 혼자 마음먹었다. 다만, 임신 시도와 별개로 나 혼자 무기력하고 스트레스받는 증상은 거의 반년 이상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과연 상담이나 약물 없이 상태가 호전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는 한다. 






토요일은 가족들과 보내느라 꽉 찬 일정이었고, 일요일은 아무 계획이 없이 쉬는 날이었다. 


일요일에 비 예보가 있어서 집에서 뒹굴기나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쨍한 맑은 날씨였다. 예상치 못했는데, 역시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인지라 아침부터 기분이 산뜻했다.


빵으로 아침 간단히 먹고 유튜브 보면서 쉰다는 게 다시 잠들어버렸다. 12시쯤 다시 깨서 씻고, 어제 먹다 남겨둔 김밥을 계란에 부쳐서 점심식사 준비를 했다. 어제 먹다 남은 전과, 계란물에는 남아있던 깻잎 부쳐서.


어제 남긴 음식과 냉장고 깻잎 털이!


점심 먹고 한강으로 산책을 나갔다. 엄청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맘먹은 때 한강으로 산책 나가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한강 가까운 곳에 사는 건 확실히 메리트가 있다. 슬슬 걷고, 둑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 너무 금방금방 가버려서 아쉬운 마음 한가득.


돌아오는 길에는 시장에 들러서 계란하고 요거트도 사고, 애호박도 샀다.


남편도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다시 맘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다이어트를 위해 저녁은 야채 듬뿍 넣어 두부면볶음을 해줬다. 좋아하고 잘 먹어줘서 다행이야.

면이 먹고 싶을 때 요긴한 두부면


단호박도 에어프라이어로 구워놓고, 행주도 삶고, 쓰레기와 일회용품도 정리해서 버리고... 여유 있는 날 해야 하는 일들을 차곡차곡했다.


다시 회사에 나가야 하는 요일들이 다가옴에 긴장되고 싫으면서도, 현재 내가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다. 이를테면 밀리지 않는 급여, 회사를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다닐 수 있고 칼퇴가 가능해서 저녁 시간 활용을 잘할 수 있다는 점(의지가 필요하지만), 운동을 끊었으니 이제 더 체력이 좋아질 수 있고, 활기를 가지게 될 수 있다는 점, 난임 병원이 회사에서 가까운 점, 일에 스트레스는 받지만 과도하게 많지는 않은 점, 일주일에 한 번 같이 점심 먹으며 수다 떨 수 있는 회사 친구들이 있다는 점 등등.


주말을 누워서 흘려보내지 않고 나름 충실하게 지내니, 긍정적인 생각을 더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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