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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Apr 28. 2021

기다림의 시간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돌아왔다.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을 수 있어서 기뻤던 것도 잠시였고 그 후로는 계속 조그마한 몸의 변화도 끄집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데 아직 수정, 착상도 안 되었을 시기에 몸의 증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자연적으로 배란한 것도 아니고 호르몬제의 도움으로 진행했으니...


이 시기의 몸의 변화는 모두 주사제의 영향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 싶다.


주사제의 영향이 빠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틀에 한 번씩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고 있다. 주사 영향으로 나오는 두 줄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어서 내 스스로도 두 줄을 만들어내고, 내가 확인해볼 수 있었으면!!






지난 번과 다른 증상이 있다면, 지난 번보다 가슴의 더 넓은 부위가 전체적으로 아프고, 아랫배에서 골반쪽까지의 부위가 찌릿찌릿 아픈 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젯밤에는 배 통증 때문인지 밤에 도통 잠에 깊이 들지 못했다. 지난 번과 다르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오늘 아침에 해본 임심테스트기는 주사 영향이 많이 빠진 것인지 아주 흐린선만 있어서, 주사 영향으로 나타나는 반응이 아니라 내 몸의 진짜 반응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이 시기에 임신 준비, 난임 카페에 자주 들어가게 된다. 조그마한 증상에도 키워드로 다 찾아보고 그런다. 임신 준비 중이 아닌 사람이 보면, 그 카페 게시물들은 정말 이해가 안 될 거다. '증상이 있는데 임신테스트기 음성일 수가 있나요?' '증상이 있는데 왜 임신이 아닌거죠?' '태몽을 꿨는데 임신 아니래요ㅠㅠ' 같이 현대 의학을 믿지 못하는 사례도 많고, 굳이 병원에서 전문가의 지시와 처방을 받아와놓고, 비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의 일도 많이 벌어진다. 마치 이건 DNA검사 결과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딱 잡아 떼고 있는 범죄 용의자의 행동과 비슷하다고도 느껴진다. 


임신 준비 카페에서 사람들은 정보 교환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는 위안을 받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한 것 같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증상이 다르고 전문가들도 아니지만 이러이러한 사례가 있다더라~ 라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하게 되고, 나만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희일비 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오늘은 계속 실패하니 우울하고 너무 스트레스 받는다는 글을 보고 정말 안쓰럽게 느껴졌고, 공감이 많이 갔다. 임신을 기다리지 않거나, 특히 남편들의 경우에는 또 시도해서 하면 되지! 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는 것 같은데, 막상 내 몸으로 일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오만가지 생각이 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좌절감도 더 심하게 느끼게 된다. 이런 마음이 잘못되고 조급증 걸린 이상한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다들 비슷하게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오히려 더 평정심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결론은, 오늘도 끊을 수 없는 임신준비 게시판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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