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난임 병원에서 받은 처방은 난포를 키우는 배 주사 3일치였다. 하나는 병원에서 맞고 나머지 두개는 스스로 배에 주사를 놓는 것이었다. 스스로 주사 바늘을 내 몸에 찌르는 경험은 처음이니까 두려움이 앞섰다. 뱃살을 집고 남편과 둘이서 "어떡해 어떡해" 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찔러 넣었다. 생각보다는 끔찍하지도 아프지도 않았다.
주사를 맞고 나서는 특별히 부작용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라고 쓰던 중 겪었던 몇 가지 일들이 생각나서 기록해둔다.
첫째 날 : 주사 맞고 잠이 쏟아졌다.
둘째 날 : 두통이 있었는데, 진통제를 먹었더니 나아졌고 졸음이 오지는 않았다.
셋째 날 : 주사를 맞고 바로는 아니지만, 밤에 갑자기 잠이 쏟아져서 잠에 빠졌다.
내 주사 용량은 정말 귀여운 수준(75ml)이었기 때문에 다 주사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록해두겠다. 임신을 준비하면서 기록벽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사소한 증상도 약 때문인가? 주사 때문인가?? 몸의 변화가 있나??? 하면서 관찰하고 잊지 않도록 기록해두고 있다.
위의 경미한 증상들 빼고는 몸이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몸의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지지 않으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아무 효과가 안 나타나는 것 아닐까? 이미 클로미펜 복용의 효과를 보지 못한 적이 있으니 더 그랬던 것 같다. 그렇지만 이번에 난포가 자라면 좋은거고, 아니면 선생님 말대로 본격적으로 새롭게 시작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지냈다. 그렇지만 잘 챙겨 먹고, 산책 하고, 운동 하는 건강한 일상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예약을 할 때부터 아침 진료가 걱정이었다. 정말 다행히 회사와 병원이 버스 두 정거장 거리였지만, 출근 시간에는 막히기로 소문난 구간이었고 혹시 토요일처럼 대기가 많아서 병원에서 늦게 출발하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 같았다. 7시 반 첫진료를 예약하면서 간호사 선생님께 많이 대기하게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초음파실은 7시부터 대기 가능하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병원에 한 번 가보기도 했고 너무 이른 시간이라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남편이 태워다 주겠다고 해서 차를 타고 갔다. 7시에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 6시 반에 나왔더니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이른 아침 공기가 아주 차게 느껴졌다. 이른 시간이니 막히지도 않고 잘 도착해서 나는 바라던대로 초음파실 대기 1번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대기공간에 멍하니 앉아있자니 여기가 일터인 선생님들이 출근하시는 걸 지켜보는 꼴이 되었다. 7시 반부터 업무 시작인 것도 대단한데, 그보다 이른 시간부터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직장이라니.... 출근할 때부터 뭔가 마음의 부담이 있을 것 같다.
순서가 되어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주사 반응이 있을지..... 설레는 기분으로 들어갔다. 내막은 1센티 넘게 자라있었고, 여기저기에서 줏어들은대로 세 줄이 보였다. 오른쪽 난포에서 커져야 했던 대표 난포는 1.9센티 이상으로 자라났다! 그리고 주사의 영향인지 다른 쪽에서도 1센티 넘는 새로운 난포도 보였다. 진료는 아직 보지 않았지만, 주사에 난포가 반응했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너무 기쁘게 했다.
조금 신나는 마음으로 진료실로 가서 또 재빠르게 대기 접수를 하고 기다렸다. 아직 8시가 되려면 먼 시각이라 마음도 한결 편안했다. 정말 미리부터 걱정하고, 시간에 강박적으로 구는 내 성격때문에 괜히 크게 걱정을 한 것 같다. 진료 대기도 토요일처럼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그런지, 정신 없지 않고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앞 환자분이 나가신지 한참 되었는데도 호출되지 않았고, 곧 간호사선생님이 나오셔서 컴퓨터 에러가 나서 조금 지연되고 있다고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알겠다고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여덟시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왜 갑자기 내가 진료받을 순서에 컴퓨터 고장이람?! 혼자 또 초조해하다가 8시 10분 즈음에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다행히 난포가 성장했고, 오늘 난포 터지는 주사를 맞고 가라고 하셨다. 이번 주기에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게 되었다!
아래층 주사실에서 주사를 맞고 병원을 나섰다. 청량한 날씨의 아침이었다. 걱정했던만큼 기다리거나 시간이 촉박해지거나 하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고, 한시름 놓은 기분이었다. 이번에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하게 되고, 더 병원을 다니게 된다고 해도 지난주보다는 덜 무거운 기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