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란 추정일로부터 12일째 되는 날 아침.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았다.
완벽하게 깔끔한 한 줄이었다.
지난 주말과 결혼기념일이었던 월요일까지, 4일 동안 최고로 즐거운 마음으로 지냈는데, 정말 한 순간에 울적함에 빠져들고 말았다.
이번에는 진짜인 줄 알았는데....
실망감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너무 막막한 기분이 들었다.
이른 오전에는 우울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나의 정신적인 버팀목인 임신 준비 카페에서 그래도 생리 예정일까지는 기다려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글만 선택적으로 찾아보고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거의 대부분이 9~10일 정도에는 초 매직이라도 두 줄이 보인다는 글들은 선택적으로 스킵) 일을 열심히 바쁘게 하다 보니 주의도 분산되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다.
그러나 오후 5시쯤 화장실에서 목도한 피.....
생리통 같은 통증은 계속 있었지만 증상의 일부라고 생각했고, 아직 예정일은 조금 더 남아있어서 당황했다. 혹시 착상혈??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당황스러운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왔다. 그때부터 갑자기 앉아있는데도 너무 어지러웠다. 제발 착상혈이길...... 빌면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왔다.
너무 계속해서 출혈이 있었다. 명백한 생리통도 점점 심해졌다.
생리 시작 2~3일에 맞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하고, 바로 예약을 했다. 저녁 진료가 안 되는 난임 병원 스케줄 때문에 반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라 그것도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어쨌든 3일 차에 방문할 수 있도록 예약을 마쳤고, 남편에게도 검사를 받으라고 말해줬다. 그러고 나서 그날 저녁부터 삼일 정도는 무기력에 빠져 지냈다.
이번에는 남편도 조금 실망한 눈치였다. 내가 기대하고 있는 것을 느껴서 그랬을까, 난임 병원이니까 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일까.
처음 산부인과에 간 게 2월 중순이니, 아직 2달 밖에 지나지 않은 건데, 마치 아주 길게 고통받고 있는 느낌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보고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곧이어 드는 생각은 '영영 불가능하면 어쩌지.', '중간에 모든 힘을 잃고 무너지게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
걱정과 생각이 너무 많다.
이번에는 나팔관 조영술도 해 볼 예정이다. 내 나팔관이 잘 있는지(?) 확인도 하고 싶고, 나팔관 조영술 한 후에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에도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