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병원 방문 후 난포 키우는 주사를 두 번 더 맞고 다시 진료를 받는 날이 왔다. 이제 몇 번 겪어봤다고, 이번 방문에서는 뭘 체크하고 어떤 처방을 받을지 대충은 예상되었다.
지난주 토요일보다 초음파실 대기가 더 길었다!! 그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왔는데도.... 서른여섯 명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병원 앱이 작동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 핸드폰이나 인터넷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 잘 안 되는 줄 알고, 너무 초조했다. 앱이 없으면 진료 대기 예약을 어떻게 해야 하지..? 진료 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하면서 불안한 마음으로 괜히 접수처를 기웃대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체적인 문제여서 다행히 조치가 취해졌다. 겨우 자리에 앉아 멍하니 검사를 기다렸다.
초음파실에서 본 내 난포들은 수요일에 본 것보다 확연히 크고 여러 개였다. 그 사이에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진료실에서 선생님은 약간 난처해하시는 것 같았다. 난포가 5개 자라서 배란될 것 같다고 하시며 다태아 가능성을 언급하셨다. 그렇지만 다태아 가능성은 10퍼센트도 안된다고 하시니, 나는 일단 기뻤다. 일단 난자와 정자가 만나야 하니, 난자가 많이 있으면 수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발 난자와 정자가 잘 만나주길....!!
난포가 딱 일정에 맞게 자라서 난포 터지는 주사를 병원에서 맞고 가게 되었다. 지난번에는 집에서 혼자 맞았는데, 난포 키우는 주사보다 확연히 용량이 많고 주사 바늘이 두꺼워서 더 무서웠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간호사 선생님께서 놔주셔서 편안하게 맞고 병원을 나섰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번 사이클은 계속 입이 마르도록 말한 것처럼 아침 진료와 주말진료로 모두 받아서 마음이 참 편안했다. 그리고 지난번보다 난포도 크고 많이 자라나서 괜히 혼자서는 뿌듯했다. 결과도 좋다면 정말 기쁠 텐데^^
지난 주기에는 나름대로 무신경하고 쿨하게 이 무한 기다림의 시기를 보냈었는데, 이번에는 김칫국을 아주 사발째 들이마시고 있는 중이다. 많은 증상들 때문에 한껏 기대하다가도, 이렇게 설레발쳤는데 아니면 또 얼마나 좌절할까 너무 두려워지기도 한다.
가슴통증은 난포 주사를 맞으면 늘 느껴지는 거여서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지난번과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아랫배 쪽이 너무 아프다는 것이다. 오른쪽 아래에 정말 대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었던 적도 있고, 배란 5~8일 정도 되는 시기에 계속 아랫배가 전체적으로 아팠다. 재작년에 자궁 폴립 제거 수술 후 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엄청나게 밀려왔던 자궁 통증의 보급판 느낌. 약하지만 뭔가가 내 아랫배 안쪽을 마구 헤집어서 상처를 내놓은 느낌이다.
제발 수정란이 자궁 내막으로 공격적으로 파고드느라 생기는 통증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남편에게 닿을 때마다 왜 이렇게 뜨듯하냐고 물어본다. 몸이 조금 뜨거워졌나.... 그리고 토요일에는 차 안에서 노트북을 잠깐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멀미가 나서 고생했다. 원래 차에서 글씨를 보면 울렁거리기는 하는데... 이렇게 심하게 차멀미가 온 건 오랜만이었다.
써놓고 보니 또 대단한 증상들은 없는 것 같다...... 내 기대가 너무 커서 배의 감각을 만들어낸 걸까? 잠들기 전에 고요할 때에는 배에 집중해서 그랬는지 통증이 강하게 느껴졌는데, 출근길에서는 몸이 아주 가뿐했다. 다 내가 신경 써서 만들어진 감각인 걸까? 나와 동일한 복통 증상들이 어떤 사람들의 PMS증상과 똑같다고 하던데.... 나도 그냥 생리 전이라 통증이 있는 걸까? 그런데 왜 이전 주기에서는 전혀 못 느끼다가 이번에만 유독 심하게 왔을까??
이제 난포 주사 맞은 지 딱 1 주일하고 이틀이 지났다. 얼리 테스트로 하면 나올까 싶어 집에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야겠다! 생각하다가도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아무리 맘을 비우자 다짐을 해도 크게 실망할 것을 알기에 너무 두려워진다. 그냥 마음 편하에 지난번처럼 생리 예정일까지는 테스트기를 안 해볼 것 같다. 간이 작아서.....
다음 일기에서 이 모든 설레발들이 진짜였어!!라고 외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