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날짜에 주어진 숙제를 잘 마친 후의 일정은 난포가 터졌는지 확인하러 병원에 방문하는 일이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초음파실에 들어갔는데, 아직 난포가 안 터졌다는 선생님의 말씀!
난포가 안 터졌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도 당시에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예상되는 날짜에 예상되는 이벤트가 일어나지 않았다 정도로만 이해했다. (정말 무지하네….) 그러고 나서는 난포가 지금도 많이 큰 상태여서, 주사를 맞는 것은 할 수가 없으니 내일 아침이라도 와서 다시 터졌는지 확인을 해보자고 했다. 약 복용 후 병원에 갔을 때 이미 보통보다 많이 자라 있었던 상태여서 주사는 안 맞고 당일부터 숙제를 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것 같다.
일단 진행되어야 하는 일이 안 되었다는 말에 약간 시무룩해져서 진료실을 나왔다. 같이 기다리고 있던 남편에게도 그 사실을 전하고 같이 나온 김에 맛있는 거나 먹고 집으로 돌아와서 잘 쉬었다.
다음날 아침, 토요일이라면 당연히 누워있었을 시간에 부랴부랴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른쪽 아랫배가 너무나 기분 나쁘게 아파왔다. 원래 생리통이나 배란통 같은 것도 심하지 않은 편인데 정말 큰 통증이었다. 아 배란하느라 이렇게 아픈가 보다 하며 남편에게는 아무래도 배란통 같다고, 터진 것 같다는 자가진단을 전달했다.
내가 첫 예약인 데다가 늦을 까 봐 조금 여유 있게 나왔더니 아직 개시도 안 한 병원에서 천덕꾸러기처럼 혼자 대기하고 있었다. 간호사 선생님들도 아직 업무 태세를 갖추시는 중이고….. 진료실로 들어가자 일찍 오셨네요 라고^^ 두근두근 하면서 초음파를 보러 들어갔는데, 아직도 안 터졌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니 그러면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왜 전문가가 예측한 일정에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것인지, 이런 일이 왜 있는 건지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초조해졌다.
선생님께서는 난포 크기가 너무 많이 자랐는데 터지지 않았고, 이런 난포는 나중에 물혹이 될 수도 있다면서 오늘 성관계를 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자궁 파열 등 아주 골치 아픈 일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절대 오늘 성관계 가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셨다. 아무래도 크기가 크니 곧 터질 것 같아 이때 성관계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가 싶었다…. 나는 왜 안 터지냐며 1차원적인 질문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며, 말 끝에는 이러면 임신이 잘 안될 수도 있는데….라고 하셨다.
게으른 나의 거대한 난포가 아직 안 터진 것을 확인하고, 이런 징후는 나쁜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어제보다 더 축 늘어진 채로 진료실을 나왔다. 토요일 오전도 아닌 아침부터 외출한 게 아까워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에도 몸이 안 좋아서 배에 핫팩 올리고 요양이나 했다.
이때부터 심해졌던 것 같다. 나의 검색 일상이. 난포, 난포 크기, 난포 주사, 과성숙 난포 등 닥치는 대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단 검색을 통해 이해한 바로는 난포 크기가 적정 기준을 넘어가면 과성숙된 것이고, 여기에서 나오는 난자는 질이 좋지 않다는 거였다. 그리고 물혹이 될 수도 있고, 터질 수도 있고, 물혹은 그렇게 선생님 말씀처럼 매번 파멸적인 결과만을 내놓는 것은 아니고, 그냥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있고, 서서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는 거였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이해가 가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진 것 같았다.
왜 내 난포는 터지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