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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Apr 05. 2021

마음처럼 되지 않는 일

월요일 오전부터 병원에 갔다. 오전 반차를 쓰고.


처음으로 초음파실에서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았다. 지난번처럼 보름달 같이 커다란 난포가 까꿍! 하고 보이지 않았고, 선생님도 이리저리 난포를 찾아다니시는 것 같았다. 그냥 화면 안 보고 천장 쳐다보고 있을 걸 그랬나.... 실망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진료실에 들어오자, 내막도 아직 얇고, 난포도 1센티도 안 되는 작은 크기라고 하셨다. 지난번에는 너무 빨리 자라서 당황스럽게 하더니, 이번에는 오전 반차까지 쓰고 일찍 왔는데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라니....

삼 일 후에 다시 한번 초음파를 보자는 말씀을 하셨고, 이렇게 약에 반응이 잘 없으면 다음에는 약의 용량을 늘려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정말 맘처럼 되는 일이 없다.






지난번보다 산책을 덜 해서 그런 걸까. 밥맛이 별로 없었는데..... 먹는 걸 소홀히 해서 안 큰 걸까? 동일한 약을 동일한 방법으로 복용했는데 결과가 천지차이라서 왜 이렇게 된 건지 너무 궁금했다. 다 지난 일을 반추하는 것밖에 할 수 없지만.. 어젯밤에 늦어도 산책 한 번 더 할걸.... 저스트 댄스하고 잘걸.... 하는 아주 작은 후회까지 하게 됐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음 초음파 때까지 잘 키워보자!!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게 참 어려웠다. 오전 반차 낸 김에 남편과 맛있는 걸 먹으러 가자고 해서 차 타고 나섰지만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결국 내릴 때쯤 줄줄 눈물바람을 하고 말았다. 


난포가 아직 크지 않았다는 건 임신 준비 과정에서 정말 작은 일에 불과할 텐데, 왜 이렇게 속이 상하는지 나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 다시 찬찬히 생각해보면, 내게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가장 컸던 것 같다. 자연적인 상태에서 초음파 검사를 한 게 아니라, 과배란을 유도하는 약을 먹었는데도 난포가 자라지 않았다는 것이 추가적인 호르몬을 투여해도 내 호르몬들의 양이나 흐름이 비정상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아직 난소 나이를 검사하거나, 나팔관 조영술을 해보거나 하는 기능 검사를 하진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시도하다 보니, 근본적인 내 건강 상태에 자신이 없다. 3번 정도는 일반 산부인과에서 배란 유도로 임신을 시도하고 싶었는데, 바로 다음 주기에 난임 병원을 가봐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다시 마음을 다잡고 다음 초음파 검사 때까지 난포를 무럭무럭 키워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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