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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돌이 Apr 01. 2021

두 번째 도전

과연 몇 번째 도전까지 이어질 것인가.

생리 삼일 째, 병원에 갔다. 


선생님께서는 생리가 일찍 시작됐다면서, 황체기가 짧은 경우일 수 있다고 하셨다. 이런 경우 호르몬이 부족해서 착상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또 하나를 배웠다! 그리고 이번에는 배란유도제를 복용하고 조금 일찍 초음파를 보자고 하셨는데, 하필이면 그 일정이 일요일이 돼버렸다. 아무래도 지난번과 동일한 일정에 가면 또 주사를 맞을 타이밍을 놓칠까 봐 걱정이 돼서, 월요일에 반차를 쓰고 오전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병원 갈 일이 많으니 참 직장일과 병행하기가 까다롭다. 아무튼 선생님께서는 배란을 시키는 주사를 맞으면 부족한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이니 착상에도 도움이 될 거라 하셨다. 


이번에도 내 난포는 빠르게 자라날까? 지난번 기적처럼 자라난 거고, 이번에는 약에 반응이 없으면 어떡하지? 클로미펜 부작용이 내막이 얇아지는 거라던데, 내막이 얇아지는 건 아닐까? 이번에는 기대감보다는 근심이 앞선다. 


지난번에 클로미펜을 복용했을 때에는 졸음이 오는 것 빼고는 별다른 증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소화가 안 되는 증상과 두통, 어지럼증이 추가됐다. 첫 째날에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두부와 계란을 부쳐서 왕창 먹은 후 배가 엄청 부른 상태에서 약을 먹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이 시작돼서 바로 누워버렸다. 먹고 바로 누워서 그랬던 건지 소화가 안돼서 계속 더부룩했었다. 쓰고 보니, 이렇게 행동하면 약 안 먹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소화 안될 듯.... 둘 째날은 아침에 두통이 살짝 있어서 진통제를 하나 먹고 시작했다. 점심은 외부에서 맛있게 먹고 복귀했는데, 오후에 계속 소화가 되지 않고 불편한 상태가 계속 이어졌다. 퇴근하고 약속 장소로 걸어가면서도 가스가 가득 차고 소화가 전혀 안 되는 쿡쿡 쑤시는 느낌을 받았는데, 잠시 쉬려고 의자에 앉으니 몸을 똑바로 펼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쑤시고 아팠다. 배나치오 한 병 먹고 싹 내려갔지만.....!


그리고 전반적으로 입맛이 없다. 이건 그냥 회사 스트레스인가.... 어제는 교육 갔더니 입맛 돌던데...??!!






복용 4일, 5일째에는 별 다른 증상은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배란유도제를 먹으면서 난포가 쑥쑥 자라서 복통이 있기도 하다던데, 나는 오히려 4, 5일째에는 몸상태가 가뿐하고 좋았다. 


계속 이렇게 내 몸의 상태와 변화에 대해 면밀하게 관찰하게 되는 관찰자가 되니, 그동안에는 왜 이렇게 내 몸에 무심하게 지냈나 싶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아주 먼 일이나 나와는 큰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 테지만, 조금은 아쉽다.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은, 결국 멋진 인생은 사소한 일상, 건강(정신과 육체 모두), 소중한 사람들을 잘 돌보고 가꾸는 삶이라는 생각이다. 뭔가 크고 대단한 사건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어린 날과는 달리 매일 똑같아 보이는 매일매일을 살아가면서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성장해나가는 게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삶 속에서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무미건조한 거야! 대충 아무렇게나 살 거야!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나를 돌보고, 짬을 내서라도 나에게 필요한 취미와 시간을 부여하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장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연속선상에서 내 몸을 그동안 잘 돌보지 않았다는 점은 참 아쉽다. 만약 내가 더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준비된 자세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매번 체력을 핑계로 시도하지 못했던 것들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운동을 더 가까이해서 체력을 기르고, 더욱 건강한 삶으로 더 나아가야겠다.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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