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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Jun 21. 2021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글 그림

책이 있는 공간



바람이 창을 스산하게 훑고 지나가는 밤.

윙윙대는 바람 소리를 초췌해진 마음으로

뻥뻥 뚫린 가슴속에 메워 넣는다.


그저

그림이 고와서, 그림이 내 스타일이라서

홀린 듯이 집어온 책.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요즘에는

스릴러나 추리, 미스터리 장르의 책에 빠져

열심히 읽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밥같이 매일 먹고픈 책은

동화 같은 책이다.

동화와, 어른들을 위한 동화와,

동물들과,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본

세상을 사랑한다.

그렇게 살고 싶었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종종 때 묻은 세월과 경험이

오히려 싫어질 때가 있다.


짧은 글귀와 그림

소년이 집을 찾아가는 중에

만난 두더지와 여우와 말과의

마음 나누기, 그렇게 우정이란 글자를 새긴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소년과 동물들. 이 만나서

길들이면서 친구가 되고

우정을 쌓고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는 이야기.






저는 이 책을 쓰며 스스로에게 종종 묻곤 했습니다. 도대체 왜 이 작업을 하는 걸까? 그러나 말이 말하듯 "인생은 일단 부딪쳐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 역시 날개를 펼치고 꿈을 좇아 날아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제 꿈의 하나입니다. 저는 당신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서문 중에서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그 사람이 작든 크든 보이는 것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마음속에 들어온 사람은

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것은 

엄청난 '큼'이다.


"넌 성공이 뭐라고 생각하니?"
소년이 물었습니다.
"사랑하는 것."
두더지가 대답했어요.

 성공이란 말과 사랑이라는 말이

이렇게 짝꿍이 되기도 하네.

사랑이라는 글자를 좋아한다.

사랑에는,

연인 간의 사랑만이 아니라

큰 애드벌룬같이 많은 것을

불어넣어 함축된 것을 포함하니까.

사랑해야겠다.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 데 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
두더지가 대답했습니다.

 경쟁, 시기심, 질투 따위

비교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나쁜 감정들.

자신을 좀먹는 것들.

쿨하게 인정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더 열심히 살면 될 것을.

아까운 시간 낭비하지 말자. 





"이상하지 않아? 우리는 겉모습밖에 볼 수가 없어.
거의 모든 일은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데 말이야."

그 내면을 알아가는 것이

서로가

붕어빵 안의 앙꼬를 

나누어 먹는 일.


"우리가 어떤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자유야."

선택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충고를 귀담아듣되

흔들리지는 말자.

자유를 자유롭게 하자.





"용서하기 가장 힘든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야."

용서하기 가장 쉬운 사람도

자기 자신이다.





"어떤 이유로든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건 약한 모습이 아니야. 그만큼 강하다는 거야."

나는 강한 사람이었어!



 

"케이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알았어."
"그럴 리가. 말도 안 돼." 소년이 말했습니다.
"정말 알게 됐다니까." 두더지가 다시 말했어요.
"그게 뭔데?"
"껴안는 것. 그게 더 오래가."

 두더지는 케이크를

엄청 좋아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부터 알면

더 좋아하는 것도 

깨닫게 될 텐데.



"가장 심각한 착각은, "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완벽이라는 단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세상에 완벽이란 것이

있기나 한 걸까.

덜 실수하는 것만 해도

제법 괜찮은 삶일 것 같은데.


"먹구름이 몰려오면......"
"...... 그래도 계속 가는 거야."

 먹구름은 비거나

아니면 거센 폭풍이거나.

삶에서 만나더라도

멈출 수는 없지.

계속 가다 보면

처마 밑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잠시 숨 고르고

다시 가야지.

가야 할 곳으로.




"마음이 상처 받았을 땐 어떻게 하지?"
소년이 물었습니다.
"그럴 땐 우정으로 그 상처를 감싸 안아. 상처 받은 마음이 희망을 되찾고 행복해질 때까지 눈물과 시간을 함께 나눠."


 알고 있었다고 해도, 

또는 모르고 있었다고 해도

볼수록 반추하게 되는 그림과 글.

이미 깨닫고 있었던 사람이나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사람이나

쿵쿵 가슴을 때리고

어딘가 모를 안도와 위안을 받게 되는 책.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조합이 생뚱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수히 많은 세상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름을 보여주고자 등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좁은 생각.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따뜻한 책.




찰리 맥커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작가

잡지 『스펙 태이 터』의 만화가이자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의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했다. 영화감독이자 각본가인 리처드 커티스와 함께 만화를 연재하기도 했으며, 「통합」이란 넬슨 만델라에 관한 석판화 작업을 진행했다. 오늘날엔 전업 작가로 활동하며 런던과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그의 청동 조각품이 런던 전역의 공공장소에 전시되고 있다. 2018년 11월엔 런던에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을 처음으로 전시했다.
출처 yes 24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319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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