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1 정지용 시
호수 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밖에.
- 정지용 시
며칠 전 너를 만나러 다녀온 길은
아쉬운 짧은 만남으로
나의 미련 한 움큼을
너 앞에 내려놓고
돌아섰었다.
옹졸한 마음 녀석 한켠에
너를 뉘어놓고
이따금 꺼내보는 일밖에 하지 못하는
나를 어리석은 자라고
욕해다오.
살아낸다는 것은
부서지고 깨지는 일일지언정
웃던
너의 얼굴이
너의 말들이
너의 목소리들이
언제나 내겐
힘이 되었는데.
못난 사람이라
꾸역꾸역
오늘
슬픔을 안주 삼아
그리움 한잔 들이켠다.
몹시도 초록이 짙고
환했던 날
눈물 솎가서
뿌려놓고
등을 돌리던 그날
녹아내린 마음 언저리
붉게 충혈된 채
옅은 멍으로 남았지.
1년을 묵히고 묵혀서
비로소
힘겹게 너를 불러본다.
복받쳐 오르는 이름은
어떤 글자로도
만들어낼 수 없는
언어.
문득문득
활화산처럼
터져 오르는
너를 향한 내 마음은
부서지고 삭아지면서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는 단단해지겠지.
바람이 초록을 싣고
종종걸음 치는 계절
다시 여름.
하늘을 보면
구름을 보면
달을 보면
별을 보면
그 속에 네가 있다.
오늘 너의 집 앞에는
바람이 살랑이고
불빛이 삐져나와
길을 열어주겠지.
수없이 많은 시간을 함께했지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아직도 무거운 추가되어
나를 따라다닌다.
별도 없는 밤하늘은
아른거리는 물처럼
회색으로 창틈에
내려앉고
나는 자꾸만 자꾸만
뿌연 눈을 쓸어내린다.
부글부글 밑도 끝도 없이
네 생각이 끓어오를 때마다
떨어지는 그리움 잎들
소중함에 모아 모아서
서랍 안에 고이 담아둬야지.
바람 따라 홀연히
너의 향기 실려오면
잊지 않고 꺼내볼 수 있도록.
사무치게 보고 싶다.
그리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