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서비스를 더욱 재밌게, 더욱 효과적으로 기획하자

AI 시대_서비스 기획 아이디어 (4)

by 빛날수있게

https://brunch.co.kr/@letshine/19



이 시리즈에서는 AI 시대 현명한 서비스 기획을 위한 인사이트를

인간과 컴퓨터의 인터랙션을 주제로 다루는 글로벌 석학들의 장,

2025 CHI 학회에서 제안된 최신의 연구 결과들로 소개해드리고 있습니다.


https://programs.sigchi.org/chi/2025


이번 편에서는


실무 디자이너나 기획자에게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협업 기반의 데이터 해석과 AI 모델 설계 과정에서의 인간 중심 인터페이스를 다룹니다.



1. PAIRcolator: 두 사람의 시선으로 개인 데이터를 다시 보다

색다른 데이터 기반의 경험(소셜) 서비스 기획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줍니다. (B2C 접근가능)


2. Tempo: 전혀 다른 두 사람, 같은 모델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을까?

현장에서 산업별 현장 도메인에 맞는 데이터 시스템을 설계하는 방법에 인사이트를 줍니다. (B2B 접근가능)







1. PAIRcolator: 두 사람의 시선으로 개인 데이터를 다시 보다



기존의 헬스 데이터 앱은 대부분 개인이 자신의 수치만 모니터링하고,

의미 해석은 혼자서 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헬스 데이터 앱에서 공유하기 기능 등을 통한

'소셜' 활동은 자칫 내 정보를 공유하는 ‘감시’나 ‘비교’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헬스/일상 데이터는 감정, 수면, 건강 등 개인성 높은 민감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서비스가 헬스 데이터를 다룬다면, 무조건적인 소셜 연결은 오히려 사용자로

하여금 이용을 회피하게 되는 부(-) 영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헬스 데이터와 소셜 활동은 같이 기획 될 수 없는 걸까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논문은 PAIRcolator을 제안하면서, 데이터를 나 혼자 분석하는 ‘도구’에서,

타인과 함께 삶을 이해하는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실험적 시도를 다룹니다.


PAIRcolator는 항상 두 사람이 한 팀이 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혼자 보기보다는 상대방의 데이터를 함께 보고, 내 데이터도 보여주며 비교하는 흐름입니다.


이로 인해 '자기 반성(reflection)'이 아니라, ‘상호 반성(mutual reflection)’이라는

새로운 층위의 통찰이 생성됩니다.


연구에서 제시되는 것은 아래와 같은 매우 초기 수준의 lo-fi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나무로 된 홀더에 투명한 데이터 스트립(데이터 조각들)이 꽂혀 있는 이 형태가

PAIRcolator 도구의 핵심 인터페이스입니다.



1313414.PNG Yan, D., Bourgeois, J., Hsu, Y. C., & Kortuem, G. (2025, April).


https://dl.acm.org/doi/full/10.1145/3706598.3713332


Yan, D., Bourgeois, J., Hsu, Y. C., & Kortuem, G. (2025, April). PAIRcolator: Pair Collaboration for Sensemaking and Reflection on Personal Data. In Proceedings of the 2025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1-20).




이 도구는 두 사람이 함께 데이터를 보고, 함께 통찰(insight)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합니다.


그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먼저, 데이터를 스트립으로 구성해서 (data strips), 의도적으로

한 명이 개인적으로 조작하기 어렵게 만들어두었습니다.


여러 날의 데이터를 두사람이 겹쳐보거나, 이동하면서 함께 손으로 조작하는 방식이죠.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여기서 변화가 있었네?”,

“이 날은 왜 수면 시간이 짧지?” 같은 질문과 대화가 유도됩니다.


이제, 이러한 분석에서 스트립의 소재 특성이 발휘됩니다.

스트립은 투명한 아세테이트 같은 소재로 구성되어 있어, 겹쳐 놓았을 때 패턴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데요,


예를 들어, 심박수 스트립과 수면시간 스트립을 겹치면

“심장이 더 빨리 뛴 날은 수면이 부족했네” 같은 연관성이 시각화되어 함께 보면서 공감하고,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도구에는 데이터를 해석하며 사용할 수 있는 질문 카드(prompt cards)가 포함됩니다.


“이 시기의 생활 패턴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상대의 데이터를 보고 새롭게 알게 된 점은?”

과 같은 질문으로 구성되는데요,

질문은 파트너에게 묻고, 자신의 해석을 말하고, 상대의 해석과 비교하게 유도합니다.


465465.PNG 참여형 데이터 경험이라니! 신선한 접근이죠?


이처럼 PAIRcolator는 단순히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심에 둔 ‘공유형 데이터 경험’을 구현한 실험입니다.


앱으로 실현된다면 이런 거죠,


나의 헬스 챌린지 화면을 소셜로 공유하며


"이건 오늘의 내 운동 기록이에요."


친구와 함께 이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근데 이 시기엔 왜 이렇게 걸음 수가 줄었을까?" " 아, 그때 좀 우울했나?"



연구에서는 이러한 공유형 데이터 경험을 만들기 위한 핵심 상호 작용 방식(인터랙션)으로,


1) 시각적 비교: 두 사용자의 데이터를 나란히 배치하거나 겹쳐서 시각화함으로써, 유사점과 차이점을 쉽게 인식 가능


2) 해석 카드(Insight Cards): 각자 발견한 인사이트를 ‘카드’로 남기고 공유할 수 있음. 카드는 다시 함께 이야기하며 합의점을 찾는 데 쓰임


3) 회고 모드: 특정 기간이나 이슈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정리해 보여주며, 함께 대화하며 돌아볼 수 있는 UI


를 제시합니다.


평소에 찾아볼 수 없는 정말 신선한 접근이죠?


이 인터랙션을 반영하여 앱을 기획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3434.PNG 데이터로 경험을 공유하는 커플 앱, 어떠신가요?


커플 앱인데, 서로의 심박수, 스트레스, 수면 시간 데이터를 겹쳐서 보여줍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대에 각각의 상태를 함께 보여주며 "이 날 너 힘들었구나" 같은 맥락 유도하는 것이죠.


서로의 데이터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카드에 작성해볼까요?

회고 모드 (Reflection Mode)에서는 작성했던 Insight 카드를 모아볼 수 있습니다.

타임라인에 코멘트 추가하면서 서로 만의 데이터 경험을 만들어가는 것이죠.


어떤 데이터와 어떤 도메인을 결합하는가에 따라

정말 독특한 서비스 사례가 도출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케이스를 ‘PAIRcolator’ 네이밍 이야기에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PAIRcolator’라는 이름은 ‘percolator(커피 추출기)’에서 따온 것인데요,

커피를 우려내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도구로서의 의미를 지닙니다.


이는

데이터 해석 과정을 ‘커피를 우려내듯 천천히, 대화하며’ 수행하는 은유적 비유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데이터 시대에도 인문학 소양이 중요한 이유가 살짝 보이는 듯한데요,


다음 케이스는 역시 '참여'를 공통으로 하지만 조금 다르게 접근합니다.





2. Tempo: 전혀 다른 두 사람, 같은 모델을 함께 설계할 수 있을까?



예측 모델을 만든다는 건 단순한 기술 작업이 아닙니다.

그 안에는 ‘예측하려는 게 무엇인가’, ‘그걸 왜 예측해야 하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논의와 해석이 필요하죠.


이때 중요한 인물은 두 명입니다.


바로, 데이터 전문가(과학자)와 도메인 전문가(현장을 잘 이해하는 실무자) 이죠.


문제는 이 둘이 같은 데이터를 두고도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쓴다는 것입니다.
“특이값”, “피처”, “AUC”… 데이터 과학자에겐 익숙한 단어가,
도메인 전문가에겐 생소하거나 불명확한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둘이 어떻게 함께 ‘신뢰할 수 있는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요?


https://dl.acm.org/doi/10.1145/3706598.3713664

Sivaraman, V., Vaishampayan, A., Li, X., Buck, B. R., Ma, Z., Boyce, R. D., & Perer, A. (2025, April). Tempo: Helping Data Scientists and Domain Experts Collaboratively Specify Predictive Modeling Tasks. In Proceedings of the 2025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pp. 1-18).





[현재 데이터 모델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의 문제점]


12323244.PNG 얼렁뚱땅 굴러가는 실무의 데이터 시스템 개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재입원 위험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든다고 가정해볼까요?

데이터 과학자는 환자의 입퇴원 시점을 잘 알고 있는 간호사와 협업해야만 합니다.


현재에는 적당히~ 알잘깔딱센으로 데이터 과학자가 간호사(정확히는 회사)에게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요,

이러한 방식은 매우 문서화되고 정적인 과정으로 데이터의 활용성을 낮춥니다.


데이터 과학자는 어찌저찌 수집된 정보 만을 바탕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중요 변수로는 나이, 지난 입원 횟수, vital signal 평균이 선정됐어요.”


“모델은 이런 환자들을 ‘고위험’으로 예측해요.”


그런데, 간호사는 납득이 잘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지, 보호자가 있는지는 더 중요하지 않나요?”


“근데 이 명단 보니까, 퇴원 후 전화했던 환자들이 많아요. 위험하다고 보기엔 좀…”


문서 정보만을 다루면, 중요한 상황,맥락 변수가 빠지거나,

모델이 말하는 ‘고위험’과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위험’이 일치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개발의 로드는 커지고, 일정도 밀리기 시작하며, 참여자의 사기도 떨어집니다.





Tempo는 이 협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공동 사양 정의 도구(co-specification tool)입니다.



AI 모델의 설계를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디자인된 대화형 인터페이스이자, 협력 구조입니다.


이 도구는 단순히 모델을 자동 생성해주는 툴이 아니라,
“우리 둘이 진짜 예측하고 싶은 게 뭔지”를 탐색하는 과정 자체를 설계합니다.



Tempo의 핵심 인터랙션 (상호작용) 구조는 다음으로 이뤄집니다.


313131313.PNG Sivaraman, V., Vaishampayan, A., Li, X., Buck, B. R., Ma, Z., Boyce, R. D., & Perer, A. (2025, April




(1) 시각적 과업 캔버스 (Task Canvas)

Tempo는 사용자들이 예측하고자 하는 대상(outcome), 입력 변수(features), 조건 등을
한눈에 조작 가능한 ‘보드 형태의 인터페이스’로 제공합니다.


도메인 전문가가 “이런 환자를 예측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데이터 과학자가 실시간으로 변수 목록을 조정하거나,
시계열 데이터 범위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2) 상호 질문-결정 흐름 (Decision Dialogue Flow)

각 요소에는 “이 변수는 예측에 적합한가요?”, “이 기간은 왜 선택하셨나요?”
같은 질문과 체크리스트가 함께 나타납니다.

데이터 과학자는 기술적 제약을,

도메인 전문가는 현장의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이 흐름을 통해, 기존에는 회의에서만 오갔던 결정이
시스템 안에서 명시되고, 기록되며, 함께 검토됩니다.



(3) 모델 구조 시뮬레이션 뷰

설계가 진행될수록, Tempo는 어떤 모델이 구성될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뷰를 실시간 제공합니다.


예측 대상, 사용 변수, 시점, 필터 조건 등이 반영되어
자동으로 모델링 후보 구조가 제시되고,

이에 따라 둘은 “이 모델이 우리 현장에 적절한가?”를 함께 판단하게 됩니다.






이러한 인터랙션이 서비스로 실현된다면?


상상해봅시다.


343435466.PNG 이것이야 말로 본격적인 AI 시대 협업의 모습 아닐까?



병원 시스템에서 간호사가 클릭 몇 번으로
“최근 3개월 이내에 두 번 이상 입원한 환자”를 필터링하고,

데이터 분석가는 이를 기반으로 모델을 시뮬레이션하며,
그 자리에서 함께 “이 조건은 현장상 어려워요” “이 예측은 의미 있어요” 같은 피드백을 나눕니다.


Tempo는 이 과정을 시스템 안에서 가능하게 만든 협력 인터페이스의 초석입니다.






논문에서 검증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서비스 수립의 가설 검증을 사용자 스터디로 진행하였는데요,


"도메인 전문가와 데이터 과학자가 Tempo 도구를 통해 예측 모델을 공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

모델의 적절성, 신뢰성, 이해가능성이 높아지고 협업 효율이 향상될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우고,


병원 재입원 예측, 중환자 관리, 웹 트래픽 분석,

의 3가지 실제 도메인 사례를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각 사례별로 도메인 전문가와 데이터 과학자 페어를 구성하여,

Tempo 사용 전과 후의 설계 품질, 협업 경험, 오류 감소 등을 비교했습니다.


Tempo 사용 시, 도메인 전문가가 주체적으로 사양 설계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결과 모델의 조건, 변수 해석에 대해 도메인 전문가의 납득도 증가했습니다.


사양 정의 시간 단축,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감소하는 프로젝트 운영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델의 품질에도 긍정적이었는데요,

현장 맥락이 반영되어 예측 타당성이 향상되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AI는 사람을 ‘대신’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Tempo는 말합니다.


“좋은 AI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를 더 명확하게,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여야 한다.”


기획자와 디자이너로서 우리가 다시 생각해야 할 건,

AI를 쓰는 방식이 아니라 AI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의 관계일지도 모릅니다.






PAIRcolator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데이터는 혼자 보는 게 아니라, 함께 해석할 수 있을 때 의미를 가진다.”


Tempo는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전문가들 간의 협업도, 언어가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조율해줄 수 있다.”


이 두 연구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출발했지만, 하나의 본질에 닿습니다.


바로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진짜 대화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디자인".



데이터를 ‘보는 방식’이 달라지면, 관계도 서비스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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