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살아남는 퍼플오션_서비스 기획 아이디어 (2)
반려동물 산업은 인간과 동물 사이의 돌봄 관계를 중심으로
기술과 감성, 서비스 디자인이 교차하는 대표적인 '퍼플오션' 분야인데요,
지난 번에는 반려동물을 위한 사람의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의 서비스 디자인 사례를 소개해드렸었습니다.
https://brunch.co.kr/@letshine/21
이번에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로봇'이 추가되었습니다.
인간과 로봇, 그리고 동물 사이의 새로운 공존 방식을 탐색한 두 편의 HCI 연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들은 기존의 서비스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로봇을 시스템의 요소로써 추가하는,
기술의 재구성을 통해 다종 공존(multispecies coexistence)
이라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낸 시도들입니다.
특히 아래 두 사례에서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디자인 과정에서의
창의적이고 또 실천적인 방법들을 새롭게 눈여겨 볼 수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공동 연구팀은 시각장애인을 돕는 안내견의 물리적·정서적 한계를 넘어서,
“로봇 안내견”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습니다.
[배경과 문제 인식]
시각장애인의 삶에서 안내견은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입니다.
https://www.thescottishsun.co.uk/news/13770700/love-letter-guide-dogs-pawprint-heart-changed-life/
빠른 길로 인도하고, 위험을 회피하며, 때로는 사용자의 명령을 거부해서라도
안전을 지키는 이 지능적인 존재는 자율성과 자신감을 부여해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안내견은 매우 제한된 자원입니다. 한 마리의 훈련에는 약 2년, 4만 달러가 들고,
훈련을 마쳐도 실제 안내견으로 활동하는 비율은 낮습니다.
https://www.dogster.com/lifestyle/guide-dog-cost
그래서 연구팀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안내견이 인간에게 주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며, 그 중 어떤 요소를 로봇이 대체하거나 확장할 수 있을까?"
로봇 안내견은 어떻게 보완 될 수 있을까요?
단순한 “길 안내 기능”을 넘어, 안내견과 사용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되고 학습되는
맞춤형 관계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총 23명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용자와 5명의 전문 트레이너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와 현장 관찰을 실시해
다음 세 가지 핵심 발견을 찾아냈습니다.
첫째, 안내견은 상황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빈 좌석을 찾지 못하거나, 유리문이나 차량을 인식하지 못해
사용자가 당황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둘째, 안내견과의 소통은 일방향적일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명령은 내릴 수 있지만, 안내견은 ‘왜 멈췄는지’, ‘앞에 뭐가 있는지’를
말해줄 수 없기 때문에, 때로는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셋째,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이 낮고 훈련 외 상황에서는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내견이 주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사용자가 로봇으로 보조 받기 원하는 수요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앞에 뭔가 있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 말해줄 수 있으면 정말 도움이 돼요.”
“버스가 맞는지, 교차로가 어떤 상태인지 로봇이 알려줄 수 있다면 큰 차이가 있죠.”
“그냥 장애물 피하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장소의 정보, 주변의 변화를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논문은 이를 기반으로 로봇 안내견을 위한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인터페이스 설계 가이드라인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보행을 돕는 기계가 아니라, 사용자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맞춤화, 신뢰를 중심에 둔
설계 철학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퍼플오션 서비스 발굴을 위한 디자인 방법
이 연구에서는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게 벤치마킹 될 수 있습니다.
이 연구는 안내견의 역할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을까를 단순히 상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관찰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연구진은 여러 지역에서
23명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용자와 5명의 전문 트레이너를 모집했습니다.
이들과의 인터뷰는 단순한 질문–답변을 넘어서,
안내견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 어려움, 기대, 일상의 루틴까지 폭넓게 이야기 나누는
반구조화 인터뷰(semi-structured interview) 방식으로 진행되었죠.
이를 통해 참가자 각자의 경험과 생각이 자유롭게 드러날 수 있었습니다.
그중 일부 사용자(7명)와는 실제 보행 환경에서 현장 관찰도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평소에 다니는 길을 안내견과 함께 걷는 모습을 따라가며,
개와 사람 사이의 미세한 소통, 몸의 리듬 맞추기, 위험 상황에서의 반응 등을 꼼꼼히 기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로봇에게 쉽게 전달되기 어려운 ‘감각적 신뢰’나 ‘걸음의 호흡’ 같은
비언어적 상호작용의 중요성도 새롭게 드러났습니다.
모든 인터뷰는 녹음 후 텍스트로 전사되었고, 관찰 내용도 정리하여
질적 분석 방식인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적용했습니다.
- 먼저 여러 연구자가 각각 인터뷰를 읽고 의미 있는 내용을 코드로 분류하고,
- 이후 Miro라는 협업 툴을 활용해 코드들을 묶어 핵심 주제(Themes)로 정리했습니다.
이 연구는 ‘로봇이 안내견을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기계적 상상이 아닌,
삶 속 관찰과 목소리의 축적을 통해 찾고자 했던 실증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큽니다.
<출처>
Hwang, H., Jung, H.-T., Giudice, N. A., Biswas, J., Lee, S. & Kim, D. (2024). Towards Robotic Companions: Understanding Handler-Guide Dog Interactions for Informed Guide Dog Robot Design. In Proceedings of the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24), Honolulu, HI, USA, May 11–16, 2024. ACM. https://doi.org/10.1145/3613904.3642181
“고양이도 로봇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이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된 예술-과학 융합 프로젝트 Cat Royale을 두번째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영국 노팅엄 대학과 아티스트 그룹 Blast Theory는 무려 18개월 동안의 공동 작업을 통해
고양이 3마리와 로봇 팔이 함께 생활하는 특별한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는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로봇-고양이-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퍼포먼스형 실험 생태계였습니다.
이 공간의 구성은 다음과 같았는데요,
- 맞춤형 고양이 유토피아: 높은 선반, 숨을 수 있는 구역, 식물과 공놀이 장치까지,
고양이의 행동 특성과 복지를 고려해 설계된 전용 공간.
- 고양이 세 마리: 클로버, 펌킨, 고스트버스터.
가족 관계인 세 마리는
12일 동안 하루 6시간씩 실험실에서 지냈습니다.
- 로봇 팔: 고양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장난감(깃털, 줄, 간식 등)을 자동으로 조작합니다.
이 때 인간의 역할은
로봇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독하며 고양이의 스트레스 수치를 점검하고,
각 장난감에 대한 반응을 기록했습니다.
실험은 무엇을 관찰하고, 어떤 결과를 얻었을까요?
로봇은 AI 기반의 추천 시스템을 통해 고양이의 반응 데이터를 학습하며,
고양이별로 맞춤형 놀이를 제안했습니다.
단, 모든 행동은 인간 운영자가 사전에 승인해야만 실행되었습니다.
로봇이 한 활동은 무려 500개 이상!
고양이들은 어떤 장난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시간대에 잘 반응하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했습니다.
이 실험은 단순히 "고양이도 로봇이랑 놀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중요한 디자인적 통찰을 제시했습니다.
1. 기술만 설계해선 안 된다. ‘세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로봇이 잘 작동하려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공간과 상호작용 방식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함
2. 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윤리와 감정이 함께해야 한다.
단순히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 복지와 스트레스, 자율성을 존중하는
‘공존의 윤리’가 핵심
3. 사람도 중요한 '감시자이자 해석자'다.
로봇의 행동을 승인하고, 상황을 해석하고, 고양이의 안정을 보장하는 사람의 역할
퍼플오션 서비스 디자인을 위한 퍼포먼스 전시 연계 확장법
Cat Royale 프로젝트는 단지 과학적 실험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로봇과 동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멀티스피시즈 생태계’를 예술적으로 구현한 설치작품으로
발전하였고, 실제로 일반 관객과 교감하는 공개 전시의 형태로 세계 곳곳에 소개되었습니다.
https://www.blasttheory.co.uk/news-item/cat-royale-tour/
- 8시간 분량의 몰입형 다큐멘터리 영상
: 고양이와 로봇이 함께 지내는 12일간의 기록을 압축한 고화질 영상으로
고양이의 놀이 반응, 로봇의 행동 기록, 환경 변화 등을 생생히 보여주였습니다.
- 관객을 위한 '감시실' 구조
: 실제 연구 당시 사용된 로봇 조작실과 유사한 통제실 환경이 설치됨 관객은 유리 벽 너머로 로봇 제어 상황을 관찰하거나, 화면을 통해 고양이의 행동 데이터와 스트레스 점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관람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감정 해석자’로 참여하였습니다.
- 감성 기반 인터페이스
: 행복 점수 시스템으로 현장에는 고양이 행동 전문가가 개발한 ‘고양이 스트레스 점수’ 평가 시스템이 적용됨 7단계로 구분된 행동 평가표(1점 = 완전히 이완됨, 7점 = 극도로 스트레스 상태)를 통해,
각 활동이 고양이에게 긍정적 경험이 되었는지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 시청각적 몰입 연출
: 내부 공간은 8대의 카메라로 촬영된 다각도 영상을 기반으로 편집 관람자 시점에 맞춘 시네마틱 구성으로, 마치 고양이 옆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주었습니다.
고양이의 감정 변화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사적 자막도 삽입되어 흥미를 높였습니다.
Cat Royale는 2023년
호주 브리즈번 퀸 스트리트 몰에서 월드 사이언스 페스티벌
브리즈번(World Science Festival Brisbane)의 Curiocity 프로그램으로,
런던 King's College 캠퍼스 내 Science Gallery London에서 AI: Who’s Looking After Me?
전시의 일환으로 전시되었습니다.
탐구와 전시를 통한 확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Cat Royale은 단순한 기술 전시가 아니라,
인간-로봇-동물이 서로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묻는 예술적 실험이자 퍼포먼스였습니다.
연구를 넘어서, 관객들은 기술이 단순히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Schneiders, E., Benford, S., Chamberlain, A., Mancini, C., Castle-Green, S., Ngo, V., Farr, J. R., Adams, M., Tandavanitj, N. & Fischer, J. (2024). Designing Multispecies Worlds for Robots, Cats, and Humans. In Proceedings of the 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24), Honolulu, HI, USA, 11–16 May 2024. ACM. https://doi.org/10.1145/3613904.3642115
이 두 사례는 ‘기술을 어떻게 더 잘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기술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따라서 퍼플오션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한 디자인 방법은,
기존 시스템의 구조는 존중하되, 사용자 경험과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는 상상력,
그리고 사람·기계·환경 간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설계하는 통합적 시각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주제에 대한 독창성과 문제 - 해결 과정의 사용자 경험 향상으로 두 연구 논문은 모두
2024 CHI 컨퍼런스에서 best papers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https://programs.sigchi.org/chi/2024/awards/best-pap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