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가끔 만남? 자주 만남?

[퀴어에세이] 내 생각들.

by 혜성

애인이 자주 입에 담는 말이 있다. ‘서로 떨어진 시간만큼 그 사랑의 무게도 더 깊어진다.’ 난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애인이 사정상 긴 일정의 여행을 갈 때 하는 말인데, 그럴 때마다 나는 그건 다 말도 안 된다고 콧방귀를 뀐다. 물론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한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연애를 시작하고 서로가 충분히 알았다고 느끼는 시점까지를 전제한다.


서로 만나지 않으면 그들 관계의 사랑은 거기서 멈춰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의 목적은 이해할 수 없는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이 아닐까? 습관, 신념, 버릇, 행동, 취향, 경험, 비전 등을 겪으면서 서로 맞춰가면서 신뢰를 쌓고 믿음이 깊어지며 사랑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하지만 떨어져서 자주 보지 못한다면 ‘설렘’만이 그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설렘’은 상대에 대한 희망이나 기대감만을 부풀린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다면 애인과 함께한 시간과 행복했던 사건들을 곱씹게 된다. 그 과정에서 애인의 그대로의 모습에 긍정적인 상상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만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완전히 다른 나의 왕자님이 창조될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행복한 마음으로 데이트도 하고 섹스를 하고 난다면, 상상 속의 그와 현실의 그와 빈틈을 느낄 것이다. 설렘과 욕망과 기대는 어색함과 낯섦만은 남기고 벌거벗겨져 나체를 드러내는 순간이다.


나는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는 생활패턴이 있고 일정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꼼꼼하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체계를 갖춘 패턴이 있다. 만남은 시간이 남을 때 만나서 노는 행위가 아니라, 일정하고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함께 영위하며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소중한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획적이어야 하며, 바쁜 생활 안에서 시간을 쪼개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의 휴일이 얼마나 겹치냐는 연애의 시작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중 하나일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07. 어제 일은 기억이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