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게이커플 일기.

[게이 에세이] 그와 나의 이야기.

by 혜성

나와 내 애인은 내가 생각해도 최고의 커플이다. 우리는 대화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고 싫어하거나 좋아하거나 마음에 안 들거나 마음에 들거나 어떤 긍정적/부정적 감정이 드는 모든 상황을 공유한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상대가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신뢰하게 된 결정적인 날이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핸드폰에 전화가 오는 것을 보고 서둘러 취소 버튼을 누르고 나와 대화를 이어가는 걸 목격했다. 나는 평소에 이상하거나 평소와 다른 행동을 잘 포착하는 편이고 궁금해하는 편이라 그냥 넘어가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하지 못한다. 괜히 의심하는 것 같고, 자길 믿지 못하냐며 하소연하면서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게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2시간 정도를 속으로 끓여오다가 한계점에 와서야 진지하게 이유를 물었다. 그 사이에 오만가지 생각들이 오갔기 때문에, 내 상상 속에서 그는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에 말투에 분노를 억누르려는 떨림이 있었다. 그는 굉장히 당황해하며 연락처를 보여주고, 차분히 그 상황을 설명해 줬다. 정말 만나기 싫은 직장에 여성 동료가 이삿짐 날르는 걸 도와달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자기가 무시하니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안도하는 마음과 함께 두 시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자괴감이 들어서 사실대로 토로했더니, 그는 나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나라도 그런 의심이 충분히 들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난 널 만날 걸 행운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너랑 평생 가고 싶어. 그러니까 널 두고 바람피울 일은 절대 없어. 알았지? 앞으로 그런 마음이 들면 바로 이야기해줘.”


예상치 못한 포근한 그의 순풍 같은 공기들은 과거에 얻은 기억들과 상처들이 만들어낸 의심 많은 내 안의 괴물을 날려 보냈다. 그 후로는 부정적인 감정을 쌓아 두는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물론 일어난 그 상황에서 바로 폭포수처럼 쏟아 내진 못하지만, 시간을 조금 들여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을까 판단하고 신중을 기해서 말한다. 그럴 때면 그는 자신의 불명확한 행동 때문에 내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한다. 나의 감정적 토로에 당황하지 않고 재치 있게 자신의 입장을 시간을 들려 설명해서 오해를 풀어주는 그의 태도는 배울만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느낀 그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노력이 먼저가 아니라 상한 내 감정을 먼저 생각해주는 좋은 사람이다. 그는 날 만났기 때문에 행운아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이런 남자를 만났기 때문에 정말 행운아는 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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