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영화리뷰]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그녀는 왜 그토록 사랑을 받으려고 했을까.

by 혜성

타인의 사랑을 갈구하거나 애정이 결핍된 사람을 우리 주의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다. 애인 없이 혼자 사는 삶은 바람 부는 절벽에 서 있는 것만큼이나 위협 천만 하다는 듯 끊임없이 애인을 찾아 헤매는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20대 초반에 그랬던 기억이 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미치도록 집착했다. 마음속의 어떤 공허한 감정을 회피하려고 계속 친구들을 만나고 술을 마시기도 했다.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은 애정을 갈구하는 마츠코의 일생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공허한 마음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탐구한다.


영화를 거칠게 요약해보자면,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주인공 쇼(마츠코의 조카)는 여자 친구와 헤어지고, 폐인처럼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방문하여 자신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고모의 장례식 소식을 전한다. 그리고 가족들을 대표해서 마츠코의 물품을 대신 정리하게 된다.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고모의 집을 정리하면서 그는 고모의 삶이 궁금해진다.

마츠코는 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독차지하는 허약하게 태어난 여동생을 질투한다. 가정 내에서 사랑을 받기 위해서 착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로 스스로를 포장한다. 그렇게 성장하여 초등학교 여교사가 된다. 그녀는 문제를 회피하는 성격 때문에 한 사건에 연루되어 학교에서 잘리게 되면서 다시는 사랑받을 수 없다는 절망에 가출한다. 마츠코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자신에게 사랑을 줄 남자를 찾는다. 그렇게 생긴 남자 친구의 폭력과 모멸감을 견디고 희생하는 삶을 살게 된다. 유흥업소에서 몸을 파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게 되고, 의도치 않게 살인까지 저지르는 지경까지 이른다. 희망과 절망은 그녀의 항해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그녀는 결국 포기하고 히키코모리처럼 살기로 한다. 그러다 유흥업소에서 사귀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나고 그녀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한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는 집 근처 공원에서 살해당한 채 시체로 발견된다.


01. 희망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은 일반 사람들의 일상을 콜라주처럼 스쳐 지나간다. 관객의 사랑을 희망하는 TV 속의 연예인들, 다이어트 약을 섭취하고 운동을 해서 멋진 몸매를 가지면 타인의 사랑을 얻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진 사람들. 멋진 옷들로 자신을 뽐내고 뭐라도 되는 듯이 의기양양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들. 감독은 마츠코에 대한 스토리와 무관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본질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대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고, 곧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좋은 옷, 차, 몸매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사람도 있지만 타인의 관심을 위해 그러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더욱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마음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질문을 던지면 감독은 자연스럽게 쇼와 마츠코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마츠코는 별을 잡아보자고 노래를 한다. 이 별은 하늘의 별이 아니고, 아버지가 퇴근하고 집에 오실 때 한 손에 들린 선물의 포장지 문양이다. 그 선물을 보고 잔뜩 기대한 어린 마츠코는 그것이 동생에게 가는 것을 보고 ,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극도의 실망감과 슬픔을 느낀다. 그녀도 동생만큼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하지만 동생보다 몸이 건강하다는 이유로 항상 뒷전이다. 그녀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아버지가 좋아하는지 관찰하고 노력한다. 아버지는 그녀가 교사가 됐으면 싶었고 그녀는 교사가 된다.


그녀의 삶은 '내가 뭘 좋아하나'에 대한 것이 아닌 '아버지가 뭘 좋아하실까'였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우린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한다. 내가 뭘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운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부모님이 하라니까 그냥 한다. 그렇게 성장하고 직장에 다니다 30대 40대가 되면 문득 궁금해진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을까? 하지만 되돌리기엔 먹여 살려야 할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다. 그리고 자식들에게 잔뜩 기대한다.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 이뤄주겠지 하면서 말이다.


02. 사랑

우리가 느끼는 지독하고 고질적인 외로움은 결국 가정 내에서부터 시작된다. 어릴 적의 절망했던 경험들은 우리 마음속 깊이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긴다. 우리는 무조건적인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아버지의 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독립된 개인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어느 것 하나라도 부족하게 되면 우리에게 결핍이 생긴다. 그 가정에서 생긴 결핍을 메꾸기 위해서 사람들은 마츠코처럼 가정 밖에서 애인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왕을 모시듯이 그들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춘다. 마츠코의 모토는 무조건적이고 노예 같은 사랑이다. 상대방이 폭력을 행사해도 맞으면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고,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귀면서 언젠간 그 남자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 기대한다. 동등하지 못한 관계는 한쪽이 일방적이게 되고, 무조건적인 헌신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어버린다.


03. 소비문화

결국 마츠코는 현실의 연애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된다. 대신 자신을 위해 항상 모니터 안에서 춤추며 노래를 불러주고 필요할 때면 항상 앞에 있어주는 연예인에게 빠지게 된다. 콘서트를 가고 앨범과 포스터를 붙여놓고 항상 그들을 생각한다. 현실에서 얻지 못하는 무한한 사랑을 느낀다. 그녀가 소비를 하는 한 그 가수들은 끊임없이 TV 안에서 그녀 같은 팬들을 위해 사랑을 노래할 것이다.


나는 한국의 극심한 팬 문화도 이러한 결여에서 오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선 백 점짜리 시험지를 들고 가야 한다. 그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쉽게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말끔한 외모로 노래를 항상 불러주는 이들에게서 팬들은 허탈함과 실망을 쉽게 경험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마츠코는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받지 못한 사랑의 결핍에서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저승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야 비로소 아버지의 따뜻한 미소를 보게 되고, 그 상처를 치유받는다. 이것은 한번 지나간 어린 시절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것으로 한 인간 마음 깊숙이 남겨진다고 암시하는 듯하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새싹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욕심과 희망을 투영하는 존재가 아닌 그들이 독립된 하나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을 줘야 한다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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